대구 수돗물 녹조 독성물질 "괜찮다"는 대구시에 환경단체 강력 반발..진실은?

백경열 기자 2022. 8. 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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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영남권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1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수돗물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나온 것과 관련해 대구시와 환경부의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최근 정수 과정을 거친 대구지역 수돗물에서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경향신문 7월29일자 2면 보도)과 관련해 환경단체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돗물 안전이 우려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구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영남권 환경단체는 1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대구 수돗물에서 녹조로 인한 독성물질이 검출된 만큼 대구시와 환경부의 사죄와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이 나왔지만 대구시와 환경부는 ‘무조건 안전’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은 커녕 독소를 검출한 분석 방법이 잘못됐다며 연구진을 탓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8일 대구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매곡과 문산정수장에서 각각 0.281㎍/ℓ, 0.268㎍/ℓ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고산정수장을 거친 수돗물에서도 같은 물질이 0.226㎍/ℓ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에 포함된 남조류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이다. 마시거나 피부에 닿는 등 몸에 흡수되면 간과 폐, 생식기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돗물 분석은 부경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했다.

대구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에 지난달 녹조가 발생한 모습.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이크로시스틴 약 200종 가운데 현재까지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확인된 물질(LR)의 먹는 물 권고 기준을 1㎍/ℓ 이하로 정하고 있다. 한국 환경부도 이에 따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은 성인과 아동으로 기준을 나눠 적용하고 있다. EPA는 유아 및 취학 전 아동의 경우 0.3㎍/ℓ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든 물을 10일 이상 마시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취학 아동과 성인은 1.6㎍/ℓ이다.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양은 유아 등에 대한 권고기준에 육박하는 수준인 셈이다.

환경단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에서는 수돗물에 0.03㎍/ℓ 이상의 마이크로시스틴이 포함돼 있을 경우 3개월 이상 마시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성 정자 수의 감소 등 생식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다.

환경단체는 “결국 이번에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수준이 10일 넘게 이어지면 미취학 아동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면서 “여름철 3개월간 이어진다면 남성의 경우 정자수 감소 문제 등 생식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부경대 연구진은 이번 수돗물 검사에서 진단키트인 2종류의 ‘ELISA’(효소결합 면역흡착분석법) 키트를 사용했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국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항원과 항체 반응을 통해 모든 마이크로시스틴(200여종 총합)을 분석한다.

반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는 환경단체의 지적과 달리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부경대가 사용한 방식(진단키트)이 신뢰도가 낮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는 환경부 고시 기준에 따른 분석방법(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 중 독성이 강한 4종(LR·YR·RR·LA)을 측정하고 있다. 분석에는 ‘LC-MS/MS’라는 고가의 장비를 활용 중이다. 수질연구소 관계자는 “부경대 연구진의 방식은 연구용이나 모니터링 시 주로 활용하는 것”이라면서 “결과가 빠르게 나오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말해서 코로나19 감염 여부 확인 때 진단키트를 쓰는 신속항원검사가 부경대, PCR 검사는 대구시 방식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구시는 200여종에 이르는 마이크로시스틴의 독성 여부 등이 완전히 확인된 건 아니라고 밝혔다. 환경부 지침에 따라 독성이 강한 4종류의 물질을 분석하고 걸러낸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독성 물질의 경우 현재 방식으로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한편 대구시는 고도정수처리(오존·활성탄)로 조류 독성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28개 시민사회단체는 앞서 지난 3월에는 낙동강 하류에서 생산된 농산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며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근본 원인으로 녹조 현상을 지목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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