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경기도부지사 논란 속 사임..'술잔 투척' 논란에 정치적 부담 느낀 듯
(시사저널=나선리 경기본부 기자)
'술잔 투척' 논란에 휩싸인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지난달 31일 자진 사퇴했다. 문제의 만찬회동이 있던 날로부터 나흘 만, 경제부지사에 취임한 날로부터는 사흘 만이다. 그는 최근 술잔을 던지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으나 '술잔 투척' 논란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 부지사직을 사임하고자 한다"며 "조금의 불미스러움이라도 모두 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자의 입장을 내려놓고 도의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돼 도민 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며 "기대와 성원을 보내주신 도민들, 도의회와 도의 공직자분들, 그리고 김동연 지사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느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방자치 영역에서만큼은 이념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생활정치를 해보고 싶었지만 한계를 느꼈다"면서 "짧았지만 지방정치에 대해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김 지사가 선거 과정에서 끊임없이 주장한 '정치교체'가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민선8기 경기도가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고 응원하겠다"면서 "김 지사가 추구하는 정치교체가 경기도에서부터 싹틔울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부지사와 경기도의회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의원, 남종섭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지난달 27일 저녁 용인시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도의회 정상화를 위해 마련됐으며, 26일 도의회 민주당 측이 추경안 처리 등을 위해 긴급 제안한 '여야정협의체 구성' 등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측에 따르면 이날 대화를 이어가던 중 서로간 의견 차이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 때 화를 참지 못한 김 부지사가 소주잔을 곽 대표의 접시를 향해 던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곽 대표 옆에 있던 접시가 깨지면서 파편이 튀어 음식점이 아수라장이 됐다. 도의회 국민의힘 지미연 수석대변인은 "곽 대표가 다치지는 않았지만, 곽 대표가 전화 통화가 어려울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도의회 국민의힘은 28일 김 부지사를 특수폭행‧특수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즉각적인 파면을 요구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9일 해당 사건을 사건 발생 관할지인 용인동부경찰서에 배당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도의회 민주당 "술잔 아닌 수저" vs 국민의힘 "시뮬레이션 해보라"
한편, 지난달 27일 문제의 만찬 회동에 참석했던 남종섭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부지사가 술잔을 던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남 대표는 김 부지사가 자신과의 언쟁 도중 숟가락을 세게 내던져 확대된 사건이라면서도 "이는 의회를 경시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부지사가 수저를 (식탁 위로) 내리쳤는데 그것이 튀어 곽 대표 옆의 접시에 맞고, 술잔에 맞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의회를 경시한 행동으로 그렇게 하면 안되지만, 술잔을 던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곽 대표의원은 맞지도 않았고, 김 부지사가 곽 대표를 향해 던진 것도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에서) 야당 대표를 향해 던졌다고 하는데 누구를 상대로 한 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앞서 김 부지사도 "술잔을 던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며 남 대표의원과 김 부지사가 입맞추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의회 국민의힘 지미연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입장은 '책상을 탁하고 치니까 억하고 죽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그것도 왜 이제서야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어 지 대변인은 "탁자에 숟가락을 내리쳐 술잔에 맞고 접시가 깨질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 해봐라. 김 부지사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하루 동안 (남 대표와 김 부지사가)입 맞춘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진실을 왜곡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던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의 '술잔 투척' 논란은 김 부지사가 물러남에 따라 일단 수그러들 전망이다. 다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수사를 통해 진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부지사가 내던진 것이 '술잔'이든 '수저'이든 접시와 함께 산산조각난 '협치'의 조각을 맞춰 나가는 것이 향후 경기도정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경기도의회는 전국 광역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원구성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도의회가 경기도와 '협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서 이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인해 원구성 협상의 주도권이 국민의힘 측으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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