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원대 '국제 로맨스 사기단' 일본인 주범 아프리카서 잡혔다
기사내용 요약
가나 거점 둔 국제 로맨스 범죄 조직 주범은 50대 日남성
2016~2021년 여성 의사, 여성 작가 등 사칭해 39억 챙겨
일본 내 로맨스 범죄 신고 작년 192건 등 3년간 40배 급증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해외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위장한 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게 된 상대방에게 연애 감정을 불러일으켜 현금을 뜯어내는 이른바 '국제 로맨스 사기'의 핵심 주범인 일본인 남성이 아프리카에서 덜미를 잡혔다고 산케이 신문과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1일 보도했다.
오사카부 경찰에 따르면 모리카와 히카루(森川光·58)는 가나 현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국제 로맨스 사기 범죄 조직 일원으로, 일본에 있는 조직원들에게 역할을 지시했다.
모리카와는 주범 격으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국제 로맨스 사기' 수법으로 일본 전역에서 30~70대 남여 65명으로부터 총 4억엔(약 39억48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모리카와는 2019년 8월 예멘에서 일하는 일본인 여성 의사를 사칭해 SNS로 친해진 60대 남성에게 '당신에게 짐을 보내려면 배송료가 필요하다'고 제안해 약 115만엔(약 1100만원)을 뜯어냈고, 미국인 여성 작가 등을 사칭해 생활비나 배송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사실도 있었다.
오사카 경찰은 지난해 8월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를 통해 국제 수배를 내린 다음 올해 5월에는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모리카와는 2018년 8월부터 가나에서 체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은 여권 반납 명령을 내려 모리카와는 올해 2월부터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다.
수사 관계자에 의하면, 공개 수사로 전환한 지 약 1주일 만에 모리카와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피해 변제할 돈이 준비될 때까지 돌아갈 수 없다"고 연락했으며, 오사카 경찰은 수차례 연락을 통해 모리카와가 가나에 체류 중인 것으로 추측했다.
결국 일본 경찰과 가나 당국의 공조 수사 끝에 모리카와는 지난달 20일께 불법 체류 혐의로 적발, 구금됐다. 오사카 경찰은 가나 당국이 모리카와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리면 일본 귀국을 기다린 다음 신병을 확보하거나 현지로 수사관을 급파하는 등 방식으로 곧 체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경찰은 일본 현지 폭력조직인 스미요시회계 폭력단 간부 등 일본인과 가나인, 카메룬인 등 모리카와와 같은 로맨스 사기 조직원 15명을 사기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이들은 주로 외교관과 변호사 등으로 위장해 SNS로 친밀해진 일본인들에게 보석 배송비 등 명목으로 계좌로 송금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입금시킨 돈은 자금세탁을 거쳐 대부분 가나로 송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 수배된 모리카와가 해외에서 체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오사카 경찰이 용의자의 이름이나 얼굴 사진 등을 공표하는 '공개 수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라고 산케이 신문은 분석했다.
그 결과 심리적 압박을 느낀 모리카와가 먼저 오사카 경찰에 연락을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범죄 수사에 정통한 쓰지모토 노리오 긴키대학 교수(형사소송법)는 산케이 신문에 "용의자를 정신적으로 압박해 몰아붙일 수 있는 것이 공개수사의 강점"이라며 "국외에 있는 용의자에 대해서는 적용될 기회가 적었지만 성공사례만 있다면 수사기법으로 앞으로 주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 로맨스 사기는 최근 일본에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 소비생활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 건수는 2019년에는 전국에서 5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84건, 2021년 192건으로 3년간 40배 가까이 급증했다.
피해 사례 중에는 국경없는 의사단의 미국인 의사를 사칭해 지금 분쟁 지대인 레바논에 있다고 동정심을 자아낸 뒤 잘생긴 사진을 보내거나, 아프가니스탄 현지 여성 미군으로 위장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검거된 모리카와 일당도 국제 변호사, 주일 미군 기지에 근무하는 여성 간호사 등을 사칭했다. 국제 변호사로 위장한 범인은 "세계 곳곳의 고객을 만나고 있다"며 변호사 일을 어필해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줬다. 여성 간호사로 사칭한 범인은 "당신은 저와 결혼할 거냐? 당신은 얼마나 진지하냐?"라고 메시지를 보내 호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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