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 얼굴만 봐도 진범을 꼭 함께 잡고 싶어진다는 건('모범형사2')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8. 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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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형사2', 시청자들은 손현주의 무엇에 빠져드는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게 왜 니 사건이야 새끼야! 당한 피해자 사건이고 피해자 가족 사건이지! 생각 자체가 썩어 문드러진 새끼..." JTBC 토일드라마 <모범형사2>에서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2팀 강도창(손현주)은 광수대 팀장 장기진(이중옥)에게 그렇게 일갈한다. "내 사건"이라며 먼저 사건 현장에 온 강력2팀 보고 나가라는 장기진의 말에 발끈하며 던진 일갈.

이 강도창의 일갈에는 <모범형사2>가 갖고 있는 여타의 수사물과는 다른 흡인력이 담겨 있다. 도망치다 차에 치여 사망한 단순 절도범이 연쇄살인범으로 포장되고, 그 공을 얻어가려는 인천 서부경찰서장 문상범(손종학). 범인 못 잡는다고 질타를 받아 서둘러 사건을 종결해버리는 광수대 팀장 장기진. 진범이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심지어 대대적으로 범인 검거 특별 표창식까지 벌이는 문상범.

여기에 상식 따위는 없다. 진실을 밝히고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며 나아가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하는 경찰 공권력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상식. 거기에는 조직 이기주의와 자신의 영달만을 생각하는 뻔뻔한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다만 강도창을 중심으로 한 강력2팀 사람들은 자신들도 그 현실적인 욕망에 휘둘리기는 하지만 저들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강도창은 부끄러움을 아는 인물이고, 무엇보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인물이다.

<모범형사2>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가짜 범인을 연쇄살인범으로 만들어놓고 치하하는 조직 속에서 마음이 영 좋지 않은 강도창과 강력2팀 사람들을 세워 놓은 수사극이다. 범인을 잡았다고 표창까지 받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불편한 감정을 만들고, 피해자의 할아버지가 진범을 잡았다는 이유로 가져온 주스 한 박스가 더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덮이기를 바랐지만 연쇄살인범은 보란 듯이 마지막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른다. 진범은 자신이라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

그런데 사건을 서둘러 종결지으려 했다가 또다시 사건이 벌어져 현장에 다시 나오게 된 장기진은 여전히 '자신의 안위'를 먼저 살피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 사건' 운운하는 대목이 그렇다. 그 말에는 피해자의 입장보다 자신의 입장이 먼저 들어가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강도창이 발끈해 이건 네 사건이 아니라 피해자 사건이라고 일갈한 건 그래서다. 그 일갈에도 불구하고 장기진은 이 사건이 연쇄살인 사건과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언론에 브리핑한다. 또 다시 변명으로 진실을 덮으려 하는 것.

<모범형사2>는 시즌1이 그랬던 것처럼 강도창이라는 인물을 중심에 세우고 따라가는 드라마다. 그런데 이 평범해 보이는 강도창에게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그래서 그가 진범을 잡기를 간절히 바라게 만드는 건 왜일까. 그건 적어도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인물이고 그래서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향해 달려갈 때, 그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 때문이다. 단순한 구도지만 이 문제의식은 이 수사극이 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갖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여기서 특이한 건 오지혁(장승조)이라는 강도창과 노선은 같지만 사고방식이 조금 다른 인물을 파트너로 세운 지점이다. 강도창이 양심이라는 다소 이상적인 대의를 내세우는 다소 구세대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지혁은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정도를 가는 MZ세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 절도범이 도망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걸 무리하게 추적한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는 강도창에게 오지혁은 이렇게 말해주는 인물이다. "없는 죄 만들어서 자꾸 자기한테 뒤집어씌우지 마세요. 형사가 죄 없는 사람 누명 씌우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또 오지혁은 피해자의 할아버지가 사다 준 주스를 찜찜해 누구도 마시지 못할 때 그걸 다 마시고는 "니가 잘한 게 뭐가 있어 그걸 마시냐"는 강도창에게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말하고, 마치 사건 종결에 뜻을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절도 사건은 마무리 짓고 연쇄살인범 수사는 새로 시작해야죠."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 강도창 같은 이상을 추구하며 지키려 하는 인물과 함께 풀어가는 수사극. 현실과 이상이 균형을 이루고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대의를 두고 함께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움을 더해주는 수사극이다.

살벌한 연쇄살인범이 등장하고,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기지만 이 수사극은 지나치게 어깨에 힘을 주지 않는 노련함 또한 더해져 있다. 드라마 중간 중간 강력2팀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페이소스가 담겨진 웃음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경찰학교에 들어갔을 때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라는 문구를 보고 울컥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사건 재수사를 독려하는 강도창에게 강력2팀 우봉식(조희봉) 팀장이 "니가 젊은 경찰이냐? 중년경찰이지!"라고 외치는 장면이 그렇다.

그 장면은 나이 들어 한 자리씩 꿰차고 나면 양심이니 진실이니 하는 것보다는 '내 사건' 운운하며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태 속에서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청년 경찰'의 모습을 보이는 강도창을 얘기해주는 페이소스 가득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모범이 사라진 세상이어서 더더욱 도드라지는 이 돈키호테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가는 이유다. 이 모범적인 서민 영웅의 진솔함을 더할 나위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보여주는 손현주의 얼굴만 보고 있어도 진범을 끝끝내 잡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까지 얹어지는 이유이기도 하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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