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열기구타고 무릉도원 유람해볼까?] 동서양 '크로스오버' 산수화의 신선한 몰입체험 '신몽유도원도' 석철주 화백전

이창훈 2022. 8. 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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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c Moment' 8월5일~25일 방배동 비채아트뮤지엄
신몽유도원도, 청화백자, 달항아리 등 대표작 30여점 전시
'현실잊게 할 환상적 서정, 달항아리에 담아내는' 작품구성

야구선수를 꿈꾸던 중학생이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쳐 꿈을 접은 그에게 찾아온 새 희망은 그림이었다.

‘페스트’의 작가 알베르 까뮈가 결핵으로 축구선수의 꿈을 접고 문학에 뛰어들었듯이 스포츠와 예술의 크로스오버가 이루어진 셈이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 살던 석철주 소년은 집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한국 산수화의 최고봉’ 청전 이상범 화백의 ‘청전화숙’에서 야구장보다 훨씬 넓고 화려한 새로운 꿈의 무대를 발견했다.

그날로부터 57년 동안 ‘동양화의 현대적 재구성’이라는 외길을 달려 온 그는 화폭 위에서 공을 치고 던지듯 종횡무진의 상상력과 기상천외한 시도를 통해 동양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그는 야구에 빠져있던 소년시절에도 같은 열정으로 화초 가꾸기에 몰두했을 만큼 생명과 자연, 생활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한순간도 놓지 않았다.

‘항아리’ 시리즈, ‘자연의 기억’ 시리즈, ‘생활일기’ 시리즈 등 주변의 일상 소품을 주제로 한 그림을 동양화와 서양화를 융합한 다양한 기법으로 창작해 왔다.

그는 청전의 사사를 받기 시작한 지 40년째 되던 2005년부터 ‘21세기 안견’을 자처하며 화가 안견(1400년대 조선 세종과 문종당시 활동. 산수화 외에 정물화, 초상화에도 뛰어났다. 특히 사군자도는 신사임당에게 영향을 미쳤다)의 대표작인 몽유도원도의 현대적 부활에 열정을 쏟아왔다.

신몽유도원도 전경. 캔버스+아크릴릭. 폭 227.3cm, 높이 182cm

비채아트뮤지엄이 8월5일(금)부터 25일(목)까지 서울 방배동 본사 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석철주 화백 개인전 ‘Fantastic Moment’

전시회 시그니처 작품인 ‘신몽유도원도’는 원작의 배경인 상상속 무릉도원을 따뜻하고 몽환적인 색채로 재창조한 뒤 그 안에 ‘여행자들의 로망’이라 할 열기구(Air Balloon)를 띄워 관람객의 상상을 그림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성인남성의 키만큼 높은 세로 182cm, 가로 227cm의 웅장한 대작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장악하며 순도 높은 몰입의 체험을 선사한다.

신몽유도원도의 흡인력은 단순히 착상이나 구성의 파격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동양화이면서 한지에 먹이 아니라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졌다.

“바탕을 원색으로 칠한 후 그 위에 흰색 물감으로 윤곽을 그려 넣었지요. 그리고 흰색 물감이 마르기 전에 스프레이 건으로 캔버스를 향해 물을 쏩니다. 그러면 물에 많이 지워진 부분과 적게 지워진 부분 사이에 층이 생기면서 산세(山勢)가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서양화의 기법인 ‘덧칠’에 한국화의 기법인 ‘스밈과 번짐, 삭임, 여백’의 기법이 융합되는 것이지요.”

작업과정에서의 입체적 터치와 다양한 소재들의 조화가 그 과정을 보지 못한 관람객에게도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 왜 이 작품이 ‘시선을 빨아들이는 신선하고 경이로운 힘’을 발산하는지 어렴풋하나마 이해가 된다.

서양화처럼 눈에 보이는 것을 해석하고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 속에서 명멸하는 다양한 이미지와 의미를 형상화시키는 동양화의 ‘사의(寫意)적' 예술세계를 가장 명징하게 보여주는 것이 석 화백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회 개최 의도에 대해 석 화백은 “신몽유도원도는 꿈속을 거닌다는 뜻인 몽유(夢遊)라는 표현을 넓게 해석해 열기구를 타고 꿈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설정했다”며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그림을 통해 무릉도원 또는 이상향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신몽유도원도 외에도 항아리 시리즈 중 대표작인 달항아리, 청화백자 등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석 화백은 “신몽유도원도에서 시작한 꿈 속 여행의 여정은 다음 단계인 달항아리 작품으로 이어지는데, 달은 소원을 비는 대상이고 항아리는 소중한 것을 담아두는 ‘안정적 정착’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꿈의 현실로의 귀환, 꿈의 실현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신몽유도원도에서 만끽한 환상적 서정을 달항아리에 고이 담아 팍팍한 현실을 견녀낼 기억의 청량제로 활용하라는 배려가 담긴 전시 포트폴리오다.

석철주 화백 개인전 Fantastic Moment를 개최하는 비채아트뮤지엄은 코로나 방역기준이 가장 엄중한 단계였던 2021년 여름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주목받았다.

글과 그래픽 = 이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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