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야당과 경찰의 어색한 동거

방승배 기자 2022. 8. 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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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경찰국 신설안에 대해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희생은 바로 권력이 경찰을 장악한 그런 결과로 일어난 민주주의의 비극적 사건"이라고 했다.

우 위원장의 말을 뒤집으면 권력이 경찰을 장악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는 얘기인데, 지구상에 경찰을 장악하지 않는 국가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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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정치부 차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경찰국 신설안에 대해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희생은 바로 권력이 경찰을 장악한 그런 결과로 일어난 민주주의의 비극적 사건”이라고 했다. 얼핏 맞는 말인 것 같은데, 교묘한 ‘프레임’을 숨기고 있다.

우선 언급한 사건들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은 맞는다. 특히, 우 위원장은 이 열사의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사람이다. 우 위원장의 말을 뒤집으면 권력이 경찰을 장악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는 얘기인데, 지구상에 경찰을 장악하지 않는 국가도 있는가. 이 열사가 희생됐을 당시의 경찰이 내무부 치안본부 소속이 아니라 외청인 경찰청 소속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는 얘기인가. 치안본부 소속 경찰은 권력에 복종하고, 경찰청 소속 경찰은 권력의 지시도 거부하고 독자적 결정을 하는 제3의 기관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무장도 할 수 있는 공권력이 권력과 따로 움직이는 나라는 없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경찰통제방식인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반대하려다 보니 이제는 민주화 세력과 대척점에 있었던 경찰을 권력과 분리하려 한다. 조금 더 나가면 경찰도 권력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민주화의 피해자라는 말이 민주당의 목소리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은 경찰이라는 공권력에 가장 오랫동안 맞서 왔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지난달 26일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 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연 것은 참 어색한 풍경이었다. 이런 장면이 나온 것은 지난 정권 내내 숙원이던 수사권을 가져오려는 경찰의 집단적 이익과 검찰을 해체하려는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정권 내내 ‘바람보다 먼저 누웠다’는 비아냥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드루킹 댓글 조작 뒷북 수사가 대표적이다. 거짓 증언과 후원금 사기 등 혐의로 인터폴에 적색 수배된 윤지오 씨에 대해선 “명운을 걸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 한마디에 경찰 특별경호팀을 꾸리기도 했다. 조국 사태 땐 ‘조국 수사’를 비판하는 민주당 보고서를 경찰 내부 전 부서에 배포했다 뒤늦게 사과한 일도 있었다.

조국 사태 이후로 문재인 정부는 검찰 죽이기에 몰두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 기능을 없애 버렸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에 비대해진 경찰권력 통제는 당연한 수순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김종민 변호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경찰의 독립성을 묻는 질문에 “독립이란 물적·인적·권한의 독립을 의미하는데, 경찰이 어떻게 그런 독립이 가능하겠나. 더군다나 무기까지 갖고 있는 14만 명의 준군사조직인데…”라며 “‘독립’이라는 말을 ‘아무도 나를 터치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공생관계를 통해 수사권을 쟁취한 일부 경찰이 인사권의 독립까지 달성하는 완전한 독립을 이루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민주당이 차기 정부에 집권하면 이런 경찰을 그냥 둘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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