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 출자금 못 내겠다" 배달 플랫폼 반발에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 난항

배동주 기자 2022. 8. 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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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배달 플랫폼, 사업성 놓고 의견차
9개 배달플랫폼에 140억 분담.. 추가 출가 가능성도 부담
"혜택은 배달기사만..세제 등 혜택도 없어"

정부가 배달 기사 보험료 부담 절감을 목표로 추진하는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배달업 공제조합의 사업성을 두고 참여 기업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연내 설립을 예정했지만, 출자금 분담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배달기사가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 /뉴스1

1일 국토교통부와 배달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국토부 주관으로 열린 민·관 합동 배달업 공제조합 추진 협의체 회의가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국토부는 이날 회의에서 참여 기업 출자 규모 및 추진 일정 확정을 예정했지만, 참여 기업들의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업 공제조합은 이륜차(오토바이)를 주로 이용하는 배달 기사들의 유상운송용 보험 가입률 높이기 위해 국토부가 배달 플랫폼 기업들과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사고율이 높은 특성상 보험료가 높아 아예 보험 없이 배달에 나서는 배달 기사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륜차 유상운송용 보험의 보험료는 평균 204만원(2020년 기준)으로 가정용 보험료의 11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을 업으로 할 경우 사고율이 최대 15배에 달하는 데 따른 보험사의 보험료 책정으로, 보험 가입률은 19%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토부는 택시처럼 공제조합을 연내 설립해 저렴한 이륜차 유상운송용 보험을 내고, 사고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24일 우아한형제들, 요기요, 쿠팡이츠 등 9개 민간 기업과 ‘소화물 배송대행업 공제조합 설립 추진 협약’도 체결했다.

그래픽=이은현

그러나 지난 2월 업무협약 이후 현재까지 약 5개월 동안 약 140억원으로 정한 기업별 분담 출자금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출자금은 이륜차 배달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유상운송용 보험 상품 개발·운용과 공제조합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국토부가 20억원 예산을 지원하고 9개 기업이 사업 규모에 따라 분할 분담키로 정했지만, 기업들이 출자금 납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20억원 출자를 예정했던 국토부마저 기획재정부의 예산 문턱에 막혀 모든 재원을 기업들에게 넘기면서 기업 부담은 더 커졌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저렴한 유상운송용 보험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현재 국토부가 정한 공제조합 설립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보다 15% 저렴한 유상운송용 보험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출자금 대부분이 수익 사업이 아닌 인건비 등에 책정됐기 때문이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2월 소화물 배송대행 공제조합 설립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 유상운용 보험료를 15% 낮출 경우 가입률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당시 연구 용역을 진행한 공제 및 보험 컨설팅 전문업체인 위맥공제보험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결정했다.

그래픽=이은현

하지만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공제조합의 보험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미 20% 저렴한 유상운송용 보험이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이 배달 플랫폼 기업 고고에프앤디와 손잡고 추진하는 오토바이 운행 데이터 기반 유상운용용 보험 상품이 대표적이다.

배달업 공제조합 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배달업체 한 관계자는 “조합이 계속 운영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보험 상품을 내고 많은 배달 기사들이 조합을 통해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운행 데이터 수집 계획도 없다는 게 국토부 답변”이라고 말했다.

추가 출자 부담도 크다. 현재 이륜차 유상운송보험의 손해율은 100%를 넘는다. 사고 수습 등 보상에 보험료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는 의미다. 여기에 국토부는 출자금의 재원을 대부분 인건비에 책정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배달업체 관계자는 “국토부는 일단 배달업 공제조합을 하루빨리 만들어 성과를 내려고만 하고 있지 조합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아무 답변도 못하고 있다”면서 “1년 운영 예산만 약 50억원으로 책정, 출자금이 3년이면 소진되는 구조”라고 했다.

업계는 배달 공제조합의 독특한 구조도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출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달 공제조합은 설립 자금은 기업이, 혜택은 배달 기사들이 구조로 설계됐다. 대부분 공제조합이 해당 직업 종사자들이 낸 회비로 설립·유지되는 것과 대조된다.

배달업계 한 대관 담당자는 “140억원 규모 출자금을 9개 기업이 나눠 내는데, 정작 돈을 낸 기업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아예 없다”면서 “세제혜택이라도 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국토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해 기업 입장에선 출자의 명분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연내 추진을 방침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출자금이나 운영 방식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속에서 이달 내 창립총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공제조합 운영사를 위맥공제보험연구소로 입찰 없이 선정해 다음 주에는 정관 초안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토부 관계자는 “배달업 공제조합 추가 출자 및 운영과 관련한 기업들의 우려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 “현재는 예산도 혜택도 없는 게 맞지만, 기업 출자금을 통해 공제조합을 설립하면 이후 조합 설립을 근거로 기재부에 관련 예산을 재차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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