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의 긴축 속도조절?..만약 주식시장이 착각했다면

이정훈 2022. 8. 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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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FOMC 후 증시랠리..'통화긴축 방향 선회' 해석
증시랠리 땐 금융여건 완화..연준 인플레 대응 약화시켜
파월 인플레이션 대응 강조했지만, 실제론 비둘기파 해석
주말 PCE물가·고용비용지수 상승..물가 피크아웃과 배치
"긴축 속도조절 시기상조..연준 매파적 발언 쏟아낼 수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가파른 통화긴축 행보를 보이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 속도를 늦추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이른바 `피보팅(Pivoting)` 기대에 지난주 뉴욕증시는 근 2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뜨거운 상승랠리를 펼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종전 1.50~1.75%에서 2.25~2.50%로, 단번에 0.75%포인트(75bp) 인상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과의 전투에서 주저하지 않겠다”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며 전의를 다졌다.

그러나 이후 “통화정책 기조가 더 긴축적으로 가고 있는 만큼 누적된 정책이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평가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며 그동안 ‘인플레이션 최우선’만 강조하던 데서 벗어나 처음으로 ‘계속된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보겠다고 했다.

이는 “고용은 아주 좋지만, 생산과 소비에서 일부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던 연준 성명서처럼, 파월 의장 역시 통화긴축이 미국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 연준 통화정책의 방향 선회로 받아 들여졌다. 만약 이런 해석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동안 돈줄을 죄면서 주식시장을 압박해 온 연준의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만큼 분명히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설적으로 이런 증시의 안도랠리 자체가 금융여건을 다시 완화 쪽으로 몰아감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연준의 통화긴축 노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주식시장과 연준의 대결 구도가 될 수 있고, 이는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싸움이 된다. 네일 더타 르네상스 매크로리서치의 미국 경제담당 대표는 “연준이 75bp 정책금리를 인상했는데도 금융여건이 완화된다면 이 또한 문제”라며 “느슨해진 금융여건이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애초 금리 인상 효과를 무위로 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CE 및 근원 PCE 물가지수 추이

따라서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의 뜨거운 안도랠리는 당장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공격적으로 대응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그룹도 이날 보고서에서 “만약 연준의 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정책에 대해 시장이 이렇게 급하게 주가에 반영한다면 연준은 재차 통화긴축 기조를 강화해야할 필요를 느낄 수 있다”고 점쳤다.

사실 지난주 FOMC 회의 후 나온 연준 성명서 자체는 여전히 매파적이었다. 성명서는 “최근 소비와 생산지표가 다소 약화됐지만, 일자리 증가세는 여전히 강했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팬데믹과 관련된 수요와 공급 불균형, 더 높아진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 광범위한 물가 압력으로 인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일부에서의 둔화세는 인정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문제라는 점을 재확인했고 고용시장이 아직도 뜨겁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긴축 여력이 더 남아있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진다. 그 결과 75bp 정책금리 인상도 있었다.

물론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몇 차례 언급한 건 사실이지만, 사실상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해 언급한 것이 훨씬 더 많았다.

파월 의장은 비록 심각한 경제적 고통이 따른다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연준의 무조건적인 약속은 유효하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하고 있고 장기적인 물가 상승률 목표인 2%로의 복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추세 이하의 경제 성장이나 고용여건 둔화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날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0.9%로 나오면서 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역성장하는 ‘기술적 침체’에 진입했지만, 불행하게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연준이 통화정책을 펼 때 가장 예의주시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6월에 전년동월대비 4.8% 올라, 앞선 5월의 4.7%보다 더 올랐다. 2월에 5.3%를 찍고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내려옴)하고 있다는 종전 평가를 뒤집었다. 더구나 전체 PCE 물가지수는 6.8%나 올라 1982년 3월 이후 근 40년 만에 최고였다.

분기별 미국 고용비용지수

앞서 파월 의장은 “우리는 앞으로 수개월 간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찾을 것”이라고 했지만, PCE 물가지표는 그 ‘설득력 있는 증거’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 다른 물가 선행지표인 고용비용지수(ECI)도 2분기에 전기대비 1.3% 상승하면서 시장에서 예상한 1.2%를 넘었다. 특히 전년동기대비로는 5.1%나 올라 20년 만에 최고치였다. 임금이 오르면서 물가가 덩달아 오르는 상황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다.

이 모든 지표를 감안한다면 지난주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의 방향 전환’이라고 단정짓기엔 애매모호한 구석이 아직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시장이 파월의 발언을 곡해하거나 착각했을 수도 있다.

숨가쁜 지난 한 주 반등랠리를 넘긴 월가에서도 이런 신중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로베르토 페를리 파이퍼샌들러 글로벌 정책리서치 대표는 “‘매번 FOMC 회의 때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통화정책 결정하되 우리 생각을 최대한 분명하게 전달하겠다’고 한 파월 의장의 발언을 금리 인상 정점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해석했을 수 있는데, 이는 틀렸다고 본다”고 지적하면서 “오히려 파월 스스로도 언제 금리 인상 정점이 올 지 정말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이클 개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했다는 시장 내 낙관론에 대해 우리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연준이 앞으로 오히려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 내 섣부른 기대심리를 낮추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도 봤다. 팀 듀이 SGH매크로 어드바이저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FOMC 회의 이후 시장의 반응과 그에 따른 금융여건 완화 가능성에 대해 연준이 불편함을 느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 때문에 조만간 연준 내 인사들이 나서서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낼 수 있다”고 점쳤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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