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혹한기' 삼성·SK하이닉스가 주목한 '클라우드'

박진우 기자 2022. 8. 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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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지속적 하락, 역성장 우려도
삼성·SK하이닉스, 호실적 속 위기 대응에 주력
클라우드 도입으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는 견조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중심 반도체 전략 재편
아마존 데이터센터 내 서버. /AWS 제공

최근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겨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기 기준 역대급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조차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최고조라며 투자 전략 수정을 언급할 정도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디지털 전환, 특히 클라우드 기술의 부상은 반도체 겨울을 이겨낼 한 수로 평가 받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이 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D램 평균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6%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라 반도체 공급난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가격 역시 크게 뛰었으나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IT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가격도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이다. D램 가격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1%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이 역시 소비자 수요 축소가 원인으로 보인다.

2분기 시장 어려움 속에서도 호실적을 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한 3분기 메모리반도체 시황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회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지정학적 이슈, 집적회로(IC) 수급 불안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하반기 거시경제 상황과 이와 직접 연계된 메모리 경기가 결코 좋아 보이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워낙 불확실성이 높아 매일매일 숫자가 바뀌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서버용 고성능 SSD·고용량 D램 모듈. /삼성전자 제공

다만 클라우드 시장 확대로 데이터센터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 기업이 앞다퉈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술 구현에도 클라우드는 필수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올해 4820억달러(약 629조원)에서 2025년 8365억달러(약 1092조원)로 두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대량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클라우드 기술에 있어 높은 수준의 서버용 메모리는 필수다. 특히 막대한 양의 정보 연산을 돕는 고성능 D램과 이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한다.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D램인 DDR5, 고적층 낸드플래시 등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서버용 메모리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반도체 실적을 떠받친 것도 사실상 서버용 메모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만 부사장은 “2분기 서버 수요는 다수 업체들의 투자확대 기조와 신규 CPU 출시로 D램과 낸드 모두 강세를 보였다”라며 “서버 고용량화, 산업 전반에 클라우드 기반 저변 확대의 영향으로 서버 구축이 증가해 수요는 지속할 것이고, 구체적으로 서버 세트수는 전년 대비 한 자릿수 후반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마케팅담당은 “시장 흐름 자체가 AI, 머신러닝 등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에서 고성능, 고용량 워크로드를 필요로 하고 있고, 그런 분야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심이 없다”라며 “내년부터 DDR5 전환이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고, 10㎚(나노미터) 4세대(1a) 제품 경쟁력 기반으로 본격적인 DDR5 준비와 적극적 시장 확대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SK하이닉스 데이터센터용 SSD. /SK하이닉스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로 구성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도 세계 1, 2위를 달린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용 SSD 시장 매출은 55억8000만달러로, 27억67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삼성전자가 49.6%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업용 SSD 매출이 13억5400만달러로, 시장 점유율 24.3%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73.9%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서버 100개 중 74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품이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언급한 시장조사업체도 서버용 메모리 분야는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 본다. 리차드 고든 가트너 부사장은 “반도체 시장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라고 밝히면서도 “소비자 시장은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데이터센터 시장의 반도체 매출은 지속적인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장기간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 올해 전년 대비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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