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한국 수출] 대중 무역수지 3개월 연속 적자에 기술격차도 급격 축소
금융위기 때도, 코로나19에도 적자는 없었는데
7월 -5.7억달러..대중 무역적자 벌써 3개월째
中 성장률 올해 3%대로 추락..한국 경제 직격탄
IMF "중국 경기둔화로 한국경제 성장세 약화될 것"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대중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통계청에 관련 통계가 게시된 뒤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그중에서도 핵심이었던 중국 수출이 흔들리면서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 등에 따르면 대중 무역수지는 7월에도 5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내내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낸 것이다. 5월엔 10억9000만달러, 6월엔 12억1000만달러 적자였다.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내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통계청 대중 무역수지 통계는 2000년 1월부터 홈페이지에 게재되기 시작됐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적자는 한 번도 없었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8000만달러 선까지 내려가긴 했지만, 적자로 전환하진 않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췄던 2020년, 2021년에도 적자는 없었다.
중국은 지금까지 공급망 사슬에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다. 이를 통한 고도성장으로 구매력도 계속 향상됐다. 그러나 최근 경기둔화에 직면하면서 이 흐름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올해 중국 성장률은 코로나 확산세가 적절히 통제될 경우에도 3%대를 나타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성장 둔화가 가속화하면 우리나라 대중 무역여건이 더 악화할 수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지난달 31일 간행물 ‘해외경제 포커스, 2022년 하반기 중국 경제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는 정부의 안정성장을 위한 정책지원 강화에도 불확실성 확대로 고용·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코로나가 적절히 통제될 경우 하반기 4%대 중반, 연간으로는 3%대 중반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첨단 산업 영역에서 앞서갔던 우리나라 기업 기술도 이젠 경쟁국에 추월당할 위기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디스플레이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니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로 초격차 유지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중국 내 하이테크 수입시장에서 한국은 2013년 대만에 역전당했다. 이후 양국 간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2015년 한국과 대만 시장 점유율은 19.0%대로 비슷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한국이 15.9%에 그쳐 대만(25.2%)보다 9.3%포인트 낮았다.
우리나라 성장률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크리슈나 슈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부문 책임자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중국의 경기둔화와 공급망 혼란 등의 여파로 한국의 경제성장세가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외수요의 감소, 즉 수출 약화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대 초반인 2.3%까지 하향조정했다. 4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2분기 성장률에서 이미 징후가 나타난다. 올 2분기(4∼6월) 한국 경제는 1분기 대비 0.7% 성장했지만, 수출 덕이 아니다. 1분기 성장률을 떠받쳤던 수출은 3.1% 감소했다. 그럼에도 깜짝 성장한 이유는 소비 때문이다. 2분기 민간소비가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오락문화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3.0% 증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도시봉쇄가 반복될 수 있고, 중국 부동산 버블이 깨지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고 진단했다. 다만 “무역수지만 가지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긴 어렵고, 서비스 수지 등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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