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펠로시 방문 가능성에 최대한 절제된 반응

강영진 2022. 8. 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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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적극 추진 인상 안줘야 중국 미국에 화살 돌릴 것
70년간 거듭된 중국 위협으로 둔감해진 것도 이유

[이란=AP/뉴시스] 차이잉원(가운데) 대만 총통이 26일 대만의 연례 육해공 한광훈련의 일환으로 이란현 해안에서 실시한 해상 훈련을 시찰하면서 해군 장병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은 25일부터 나흘간 연례 한광훈련을 시행해 25일에는 민방공 훈련인 완안 훈련이 진행됐다. 2022.07.2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에 대해 대만 정부는 비교적 조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미 CNN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물론 총통실 관계자들도 펠로시의 방문을 환영 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쑤성창 총리가 지난 27일 대만 정부가 "펠로시 의장의 강력한 대만 지지와 친철에 매우 감사한다"며 대만은 모든 외국인의 우호적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대만이 비교적 침묵을 지키는 것이 대응이 애매하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중국의 침공과 무력에 의한 합병을 막기 위해 미국 무력에 의지하는 대만으로선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정치인 중 한 사람의 지지를 약화시켜선 안된다고 보지만 동시에 대만이 펠로시 방문을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경우 중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28일 대만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한 확정된 정보를 받지 않았다"면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아시아 순방길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나 대만 방문 여부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분석가들은 대만이 조용하게 대응하는 이유가 펠로시 방문이 이뤄질 비난을 반박하기 쉽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중국이 대만 정부보다는 미국을 비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호주 국립대 대만연구 프로그램의 정치학자 웬티숭은 "대만 정부가 조용히 대응해 대만이 펠로시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인식을 주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대만이 침묵을 지키고 펠로시가 방문하면 대만 방문은 미국과 펠로시가 결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이 공개적으로 펠로시 방문을 요청하면 중국이 대만이 꾸민 일이라고 몰아갈 것이다. 일본, 한국, 호주 등 이 지역 국가들도 대만이 없는 문제를 일부러 만들어냈다고 느끼면 대만에 동조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만이 조용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세계 언론들이 펠로시의 방문 문제를 집중 보도하지만 대만에서는 이번주 거의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대만 언론들은 지방선거와 관련한 스캔들과 대만 최대 연례 군사 훈련을 집중 보도했다.

여당인 민진당 의원인 왕팅유는 대만인들이 중국 내전 종식 이후 70년 동안 계속돼 온 중국의 위협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만계 미국인으로 타이페이에서 뉴 블룸 매거진을 발행하는 브라이언 히오에는 대만 사람들은 중국이 과거에도 비슷한 위협을 해왔기 때문에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따른 악영향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의 위협이 너무 잦아서 잡음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펠로시 방문으로 인한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분석가들은 또 대만 정부의 공식 반응이 없다고 해서 대만이 펠로시 방문에 따른 위협을 무시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방문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과 중국 모두 약하게 비쳐지는 것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논평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8일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길게 논의했다. 시주석은 "불장난을 하면 타죽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대만 외교부가 밝혔다.

분석가들은 펠로시가 방문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중국의 대응을 우려한 것으로 비쳐질 위험이 있으며 중국이 보복할 수 있다는 추측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 정부는 펠로시 방문이 강행될 경우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한다.

히오에는 "한 동안, 중국의 대응에 대한 언급과 토론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중국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느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비쳐지도록 애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우려에도 왕의원은 대만이 "누구의 졸개도 아니며" 누가 대만을 방문할 지를 중국이 이래라저래라 하도록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대만 의회 외교위원회 소속인 그는 "중국이 대만과 미국 사이의 외교 문제에 간섭해선 안된다"며 "우리는 미국과 전세계 우호 인사들을 환영한다. 펠로시 의장이 방문 여부에 대해 펠로시 의장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중국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추윤 대만 국방 및 안보연구소장은 대만이 "외국 우호인사 누구라도 환영하며 국제 사회의 지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악화하는 것은 중국 책임이라며 "대만은 결코 미국에 무임승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기꺼이 스스로를 지킬 것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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