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명성 되찾을 최고의 비즈니스 시장 되겠다"
■ 민선 8기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 김두겸 울산시장
2兆 투입 현대차 전기차 공장
취임 한달만에 1호 공약 해결
현재 울산의 문제는 인구감소
그린벨트 풀어 협력업체 유치
부·울·경 특별연합 속도조절
울산 실익 따지며 해나갈 것
울산 = 곽시열 기자
악수를 나누는 김두겸 울산시장의 손에서는 힘이 잔뜩 묻어났다.울산 남구청장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에 체급을 올려 시장으로 복귀한 데 따른 성취감과 시장으로서 의욕 때문인 듯했다. 김 시장이 지난달 19일 인터뷰에서 던진 첫마디는 “대한민국 최고의 비즈니스 시장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일자리와 인구 감소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실에서 앉아 결재하고 업무보고만 받아서는 안 되고 중앙부처든 기업이든 뛰어다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김 시장은 “지금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로서 명성을 되찾느냐, 아니면 쇠퇴한 지방 도시로 전락하느냐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하고 “올해로 공업지구 지정 60년을 맞은 울산이 향후 60년도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는 도시가 되도록 시장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한 달도 안 돼 1호 공약이 해결됐다던데.
“현대차가 지난달 울산공장에 2조 원을 들여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기로 발표했다. 울산에 대규모 자동차 공장을 조성하는 것은 34년 만의 일인데, 너무 반갑고 감사했다. 특히 현대차 전기공장 울산 유치는 시장 후보 때부터 1호 선거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사활을 건 것이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울산에 2000개 이상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고, 연관 부품기업도 들어서게 돼 인구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 낙수효과만 받을 수 없지 않은가.
“미국 조지아정부는 현대차가 55억 달러를 들여 현지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자 세금감면 등 18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그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업이 구체화하면 우선 울산시 인허가 담당 공무원을 현대차에 파견해 원스톱으로 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요구하지 않아도 시에서 먼저 찾아가 해결해주는 적극 행정을 펼쳐, 행정적 문제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필요하다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연관 부품 전용 단지도 조성할 것이다.
―현재 울산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인구 감소다. 울산의 인구는 2015년 11월 120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로 계속 줄어 지난 5월 현재 113만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렇게 가다간 광역시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있나.
“우선 지역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에 값싸게 공장 용지를 공급하려 한다. 울산의 그린벨트는 전체 면적의 25%로, 269㎢에 이르기도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도시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풀어 산단을 조성하면 된다. 울산에 마땅한 공장용지가 없어 인근 경북 등 타지로 나간 현대차,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는 물론 신규 기업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를 푼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 않은가.
“1971년부터 지속적으로 유지돼온 그린벨트를 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울산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 절박한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부를 설득해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은 확실히 보전하고 보전 가치가 낮은 곳은 과감히 해제하도록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지역 내 그린벨트 전수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8일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600만 평(1983만㎡)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를 건의했고, 적극적으로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긍정적 답변도 받았다.”
―내년 초 본격 업무가 개시되는 부·울·경 특별연합의 속도 조절론을 들고 나왔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은 맞지만 울산시민에게도 이익이 뒤따라야 한다. 부·울·경 중 부산은 28조 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을, 경남은 12조 원 규모의 진해 신항을 각각 챙겼는데 울산은 딱히 실익이 없다. 울산도 부산, 경남 등에 버금가는 사회기반시설이나 서비스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울산의 실익을 꼼꼼히 따지고 시민 의견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추진 속도를 조절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듯하다.”
―전임시장이 추진하던 울산 앞바다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문설치 재검토도 같은 맥락인가.
“마찬가지다. 해상풍력 사업도 울산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할 때 추진하겠다. 우선 올해 말로 예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 정부 에너지 정책변화에 따라 기업의 해상풍력에 대한 투자 의지 등도 바뀔 수 있지 않겠는가. 연말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 사연댐 수문 설치는 무엇보다 확실한 시민의 식수 확보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수문설치 후 사연댐 식수를 방류하면 암각화 침수는 막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시민이 먹어야 할 물은 사라지게 된다.”
―최근 울산의 주력산업 중 하나인 조선산업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최근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인력난 이야기를 들었다. 현대중공업에만 올 하반기에 3000여 명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수주 호황으로 일감은 많이 쌓였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자 손실이다. 주52시간 근무제 조정 등 중앙정부도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겠지만, 울산시도 현재 시행 중인 이주정착비, 청년주거비 지원 외에도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한 새로운 대책을 마련 중이다.”
―울산이 공업도시로 ‘노잼’ 도시라는 지적도 많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만큼 중요한 게 놀거리, 즐길거리다. 이를 위해 도심 한가운데 백화점과 연계한 청년놀이시설인 문화쇼핑타운을 만들고, 태화강 위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세계적인 공연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문수 월드컵 축구장에 유스호스텔과 체육놀이시설 등 다양한 기반을 마련해 울산을 스포츠 훈련 캠프장으로 만들고 공공골프장, 파크골프장, 야외 체육시설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울산 원도심에 위치한 옛 중부소방서 부지에 K-팝 사관학교를 신설해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K-팝 축제 등으로 대중예술문화 산업을 일으키고자 한다.”
■김두겸 시장은 - 울산 남구청장 시절부터 고래에 애정… 논문까지 발표한 ‘고래박사’
김두겸(64) 울산시장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언더도그(underdog·상대적 약자)’의 반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방의원과 재선 구청장 출신이지만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국회 부의장 출신 5선의 정갑윤 전 의원을 비롯해 3선 울산시장 출신인 박맹우 전 의원, 현역 이채익·서범수 의원 등 쟁쟁한 인물들을 모두 물리쳤다. 본선에서는 재선에 도전한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눌렀다.
김 시장은 1995년 울산시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시의원, 울산 남구 의원을 거친 데 이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3, 4대 울산 남구청장을 역임했다. 이후 구청장에서 물러난 김 시장은 같은 해 새누리당 소속으로 울산시장에 도전했으나 같은 당 김기현 후보에게 당 경선에 밀려 탈락했다. 이어 2016년에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울산 울주군 국회의원 공천까지 받았지만, 무소속 강길부 후보에게 밀려 고배를 들기도 했다.
김 시장은 유독 고래에 관심이 많다. 남구청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09년 고래의 고장 남구 장생포에 ‘고래생태체험관’을 짓고, 여기에 일본에서 수입한 살아있는 고래를 데려왔다. 생태체험관에서 새끼고래가 태어날 때면 한밤중이라도 달려가 직접 출산 모습을 지켜볼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2009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울산 앞바다에서 고래관광선 운항을 시작하는 등 장생포 고래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포경(捕鯨) 찬성론자이기도 한 김 시장은 고래 산업의 부활을 주제로 한 ‘우리나라 고래 산업의 현황과 과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진짜 고래박사다.
업무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남구청장 당시 공업용수 댐으로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선암 저수지 주변을 과감하게 주민생태공원으로 바꿨다. 공업탑로터리 인근 여천천 복개천은 2년여 동안 반대하는 상인들을 설득하고 콘크리트를 걷어내 ‘울산의 청계천’을 만들었다. 해병대 출신의 김 시장을 두고 주변에서는 ‘내유외강’형이란 평가가 많다. 울산시 한 공무원은 “처음에는 인상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조심스러웠는데 실제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생각 이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모습이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시장은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존중이란 신념을 갖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신의와 의리를 중요시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저를 지지해주신 시민들에게 의리를 지키는 것은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더 잘사는 울산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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