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사회 향한 일침.."인간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라"

이정우 기자 2022. 8. 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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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메시지 - 다른 분위기… 2色 공연 ‘킹키부츠’·‘빈센트 리버’

남과 조금은 다른 취향을 가진 인물을 내세운 뮤지컬과 연극 2편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조명받고 있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여장하고 하이힐을 신을 때 활력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드래그 퀸(여장남자) 롤라가 극을 이끈다. 연극 ‘빈센트 리버’는 동성애 혐오 범죄로 죽은 빈센트가 주요 인물이자 사건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두 작품 모두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그러려면 조건없는 사랑(인간애)으로 타인과 자신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공통의 메시지를 가진다. 그런데 분위기는 정반대다. ‘킹키부츠’는 무대 위를 달리고 춤추며 관객들까지 함께 들썩이게 만드는 낙관주의가 가득한 반면, ‘빈센트 리버’는 시종일관 날 서 있고 침울한 분위기에서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이정우 기자

#뮤지컬 ‘킹키부츠’

폐업위기 구두 공장 맡은 찰리

하이힐·빨간드레스 男 롤라와

자신을 긍정하며 꿈향해 도약

화려하고 압도적인 쇼에 들썩

구두 공장 아들 찰리는 아버지의 뜻을 뿌리치고 애인에게 떠밀려 함께 영국 런던으로 떠나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폐업 위기인 구두 공장을 맡게 된다. 찰리는 화려한 하이힐에 빨간 드레스를 입은 롤라를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롤라의 등장으로 뮤지컬은 톡톡 튀기 시작한다. “나를 보면서 자기들이 정상이라 느끼고 싶은 비정상들로 객석이 만땅”이라고 외치는 롤라와 그 옆의 ‘앤젤들’(역시 드래그 퀸)의 화려한 쇼는 움찔할 정도로 화려하고 압도적이다. 태양도 불사를 정열을 폭발시키는 롤라는 뮤지컬 ‘킹키부츠’의 성격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이런 롤라에겐 반전이 있다. 공장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일반 남성 복장을 하고 출근했는데, 도리어 어색해한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롤라에서 쭈뼛쭈뼛 의기소침한 사이먼(롤라의 본명)이 된 모습. 여기서 찰리와 롤라는 각자의 트라우마-아버지의 뜻에 부응하지 못했음-를 고백하며 서로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한다. 그러면서 찰리와 롤라가 “우리, 구두를 만들자”며 포옹하는 장면은 뭉클하다.

찰리가 롤라에게 영감을 얻어 80㎝짜리 굽의 튼튼한 하이힐 ‘킹키부츠’를 만들어 공장을 되살리겠단 의지를 다지는 1부 마지막 넘버 ‘Everybody Say Yeah’와 2부 마지막에 찰리와 롤라, 구두공장 직원들과 앤젤들이 모두 하나 되는 ‘Raise You Up + Just Be’ 넘버는 쇼 뮤지컬로서 진면목을 보여준다. 특히 “자신이 돼라”(Just Be)고 외치며 커튼콜로 바로 이어지는 대목에선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 춤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무지갯빛 조명이 관객석을 비추고, 긍정의 기운이 공연장 전체를 가득 채운다.

진짜 남자가 되려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롤라의 메시지는 관객석을 향한다. 이 말은 ‘너 자신이 돼라’란 ‘킹키부츠’의 핵심을 관통한다. 찰리는 남과 조금은 다른, 드래그 퀸 롤라를 받아들이며 ‘킹키부츠’를 만들겠단 아이디어를 얻었고, 자신을 긍정하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던 스스로를 뒤로하고 꿈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었다. 롤라 역의 최재림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폭발적 가창력,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뮤지컬 배우로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여준다. 강홍석·서경수가 롤라를 나눠 맡아 각자의 매력을 발산한다. 이석훈·김성규·신재범은 찰리를 나눠 맡는다. 10월 2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극 ‘빈센트 리버’

동성애 혐오범죄로 아들잃은 母

아들 친구 데이비와 긴 대화 후

자기 편견 깨고 죽은 아들 이해

침울한 분위기 속 묵직한 화두

동성애 혐오 범죄로 살해당한 빈센트를 두고 어머니 아니타와 빈센트의 장례식 이후 그녀를 따라다니던 소년 데이비가 만난다. 이들은 빈센트에 대해 각기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있다. 연극은 두 인물의 대화로 2시간을 끌고 간다. 서로의 불편한 진실을 향해 가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무대 위 배우는 물론 관객들도 자신의 편견을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한 발걸음을 떼게 된다.

데이비가 자신의 비밀을 아니타에게 밝히는 마지막 독백 장면은 두 인물 모두에게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자신이 동성애자인 사실을 처음엔 부정하던 데이비는 아니타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고백. 자신이 빈센트가 죽을 때 함께 있었고,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실토한다. 데이비의 긴 독백은 처절한 절규와 담담한 자기 성찰이 뒤섞여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데이비가 죄의식을 고백하는 동안 아들의 성적 지향을 애써 외면하며 반감을 드러내던 아니타는 내적 변화를 겪는다. 아니타는 극 초반엔 빈센트의 사체가 발견된 기차역 화장실, 일명 ‘아지트’를 “악명높은 악의 소굴” “호모새끼들이 가는 곳”이라며 비하한다. 그런데 마지막 데이비의 고백이 끝나자 침묵한 채 찻잔을 벽에 깨뜨리고, 데이비를 돌려보낸다. 아니타 역을 맡은 남기애는 “아들 빈센트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기만 바라며 진정한 사랑을 하지 않았단 점을 깨닫고 편견을 깨는 순간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성 소수자를 소재로 했지만 동성애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신유청 연출은 “우리 모두가 가진 편견과 그에 대한 부끄러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를 고민하는 이야기”라며 “빈센트가 살아있는 동안 보여준 조건 없는 사랑이 데이비와 아니타의 마음을 울리며, 사랑을 통해서만 그 혐오와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니타와 데이비 모두 트리플 캐스팅으로 9가지 조합이 가능해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아니타 역은 우미화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맡았고, 탄탄한 연기가 돋보이는 남기애와 정재은이 새롭게 합류했다. 지난해에 이어 데이비를 맡은 이주승은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가 돋보이고, 강승호는 좀 더 충동적인 데이비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번에 합류한 김현진은 모범생이 일탈한 느낌을 준다. 공연은 10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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