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이 알츠하이머 유발한다 [사이언스카페]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8. 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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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뇌 실험에서 헤르페스 바이러스 이중 감염이 비정상 단백질 축적 유발 확인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노란색)가 감염되면서 뇌에 잠복하던 단순포진바이러스(보라색)를 깨워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미 터프츠대

바이러스 감염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령자가 후유증을 오래 겪는다면 인지능력 저하가 동반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터프츠대의 데이비드 카플란 교수와 영국 옥스퍼드대의 루스 이츠자키 교수 연구진은 지난 29일(현지 시각)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에 잠복하고 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깨워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도록 하는 과정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저널’ 2일자에 실릴 예정이다.

바이러스 연속 감염에 알츠하이머 증상 나타나

연구진은 실크 단백질과 콜라겐으로 도넛 모양의 스펀지를 만들었다. 지름 6mm인 스펀지에 신경줄기세포를 주입하자 신경세포들이 자라나 서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일부는 신경세포를 돕는 아교세포로 자랐다. 일종의 실험용 미니 뇌를 만든 것이다.

먼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VZV)를 미니 뇌에 감염시켰다. 이 바이러스는 이름 그대로 수두와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타우 단백질과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유발된다고 알려졌다.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는 이런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게 하지 않았다. 신경세포도 정상 기능을 유지했다.

문제는 미니 뇌가 이미 단순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HSV) 1형에 감염됐을 때 발생했다. 이 바이러스는 입술에 물집이 생기게 한다. 아무런 병증을 유발하지 않고 신경세포에 잠복하고 있던 단순포진바이러스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를 만나자 타우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급증했다.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도 느려지기 시작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카플란 교수는 “단순포진바이러스와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연관관계를 알고 있었고, 일부에서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역시 관계가 있다고 추정했지만 병이 유발되는 순서를 알지 못했다”며 “이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증거를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NIAID

◇”코로나도 치매 유발하는지 관찰 필요”

연구진은 다른 바이러스 감염도 뇌에서 잠자던 사자인 단순포진바이러스를 깨울 수 있다고 추정했다. 논문 제1저자인 터프츠대의 다나 케언스 박사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감염원도 뇌에 잠복하던 단순포진바이러스를 깨워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점에서 연구진은 코로나 감염 후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는 고령자에 대해서는 인지능력에 문제가 없는지 계속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한 두 바이러스는 모두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속한다. 모두 사람들에게 흔히 감염되는 바이러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50세 미만 인구 중 단순포진바이러스 1형 감염자는 37억 명이나 된다. 바이러스는 신경세포에 잠복하다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신경과 피부에 염증을 일으켜 입술에 종기와 물집이 생긴다.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도 매우 흔한 바이러스이다. 20세 전에 95%가 감염된다고 알려졌다. 대부분 수두를 유발하지만 노년기에 다시 활동하기 시작하면 심한 통증을 수반하는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백신이 치매 위험을 줄이는 것은 뇌에 이미 잠복해 있는 단순포진바이러스가 깨어나 염증과 신경 손상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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