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무기여 #모과

서울문화사 2022. 8. 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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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써온 일기장, 인상적인 순간들을 모아둔 클라우드, 손에 익은 붓과 펜. 창작자의 습관을 지켜온 오래된 그 무엇. 우리는 창작 무기라 부른다. 필름 메이커, 뮤지션, 미술감독까지. 창작자들을 만나 그들의 무기를 들여다보고, 그 무기로 어떻게 싸워왔는지 듣는다.


모과 +  아카이 MPC 3000.


모과는 음악을 만든다. 주로 전자악기로 생경한 소리를 채집해 클럽에서도 적합할 댄서블한 음악을 만들지만, 과거 훵크 밴드도 했으며, 최근에는 그가 나고 자란 영등포 인근에서 마주한 캬바레 음악에 관심이 생겨 관련 문화를 탐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드는 거의 모든 음악은 아카이 MPC3000과 함께한다고 했다.

2021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음반’ 수상자라는 지칭은 반짝이는 수식이지만, 모과의 음악적 역량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그는 올해 전자음악 음반 <Del Mar>(미니 앨범)와 <From Above>(EP)를 발매했고, 과거 한국의 역사적인 훵크 밴드 훵카프릭 부스터에서 기타를 쳤으며, 페루에서 트럼펫도 배웠다. 또한 수년째 함량 높은 클럽에서 DJ로 활동하고 있다. 신시사이저를 비롯한 전자악기로 공연할 때는 관객과 뮤지션 간의 어떤 ‘벽’을 허물고 관객이 단순한 감상을 넘어 뮤지션과 공명하는, 댄서블한 순간을 만들며, 클럽과 댄스 플로어의 동시대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답게 굴지의 아티스트들의 음악 작곡은 물론 편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로 전자음악을 만들었는데, 전에는 아날로그 악기를 다루기도 했어요. 테크노는 물론 훵크나 레게 같은 장르를 다룬 적도 있고요. 어떤 수식어보다는 제가 가진 악기를 활용해 음악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싶어요.” 뮤지션이란 쉽게 보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더 넓게 보면 음악이라는 매체로 사람들에게 어떤 감상을 전달하고, 그런 순간이 모여 색다른 순간을 만드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커리어를 쌓은 모과의 음악이 새로운 이유는 거기에 있다.

모과의 작업실은 빈티지 악기 상점을 방불케 한다. 키보드 몇 대와 기타, 신시사이저와 샘플러들이 그의 자리에서 손 닿는 곳에 놓여 있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악기들은 한편에 쌓여 있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악기는 아카이 MPC3000이에요. 음악적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거나, 드럼을 비롯한 큰 구성을 짤 때 애용해요. 최근 만든 곡들은 모두 MPC3000을 거쳤죠.” 그가 언급한 전자악기는 샘플러 겸 시퀀서다. 과거 힙합 음악을 만드는 비트 메이커들이 사용하고, 하우스 장르를 다루는 프로듀서들도 애용하던 악명 높은 악기다. “(전자음악을 다루는 뮤지션들 사이에서) MPC3000은 도시의 신화처럼 여겨졌어요. ‘그루브가 좋다, 소리의 질감이 남다르다’ 같은 말을 종종 들었죠. 오래된 기계이기도 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망설이다 결국 구매해서 써보니, 제가 이 악기를 활용한 음악을 왜 좋아했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모과는 올해 발매한 두 장의 음반이 모두 MPC3000을 거쳤다고 했다.

아카이 MPC 3000.


영등포에 위치한 모과의 작업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악기는 아카이 MPC3000이에요. 음악적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거나, 드럼을 비롯한 큰 구성을 짤 때 애용해요. 최근 만든 곡들은 모두 MPC3000을 거쳤죠.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온 모과가 요즘 흥미를 느끼는 건 뭘까. “최근 캬바레 음악을 배우고 있어요. 무도장 음악이 현대적으로 변형된 형태인데, 일명 ‘짝 음악’이라 불러요. 호기심에 처음 갔다가, 캬바레 문화 자체에 관심이 생겨 내부에서 보고 싶더라고요. 캬바레도 그렇고, 제 작업실도 그렇고, 제가 이곳 영등포에서 나고 자라기도 했고, 여러모로 이 동네에서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걸 해결하기에 더 떠날 수 없는 것 같아요.” 악기를 비롯한 음악과 그 주변 문화에 흥미를 느끼고 채집해, 이해하고 자양분 삼아 생경한 노래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뮤지션의 성장 서사가 아닐까. 모과의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에는 ‘Representing YDP(영등포의 약자)’라고 쓰여 있고, 그건 과시라기보다는 이 지역에서 보낸 시간의 가치를 설명하는 듯했다.

“최근 들어 제 공연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요. 저는 DJ이기도 하지만, 전자악기로 클럽에서 공연도 하는데, 그때 관객이 공연을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춤을 춰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디제잉이 아닌 공연으로 관객을 춤추게 만드는 일에 대한 고민이죠. 저는 전자음악을 틀거나 시연하고, 동시에 다른 악기들을 활용해 댄서블한 상황을 만들고 싶거든요. 8월에 유럽에 가요. 거기서 몇몇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잘해봐야죠.” 모과는 8월 한 달간 유럽에 머물며 런던에서 DJ 페기구가 주최하는 파티와 리스본에서 열릴 ‘네오팝 페스티벌’, 그리고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릴 ‘파노라마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고 했다. 친애하는 악기들과 함께.

기타, 키보드, 전자악기 등 모과의 무기들.

Guest Editor  : 양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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