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도심 거리에서 살해된 이민노점상 문제로 "논란"

차미례 2022. 8.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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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해변도시 번화가에서 백인남성에게 피살
나이지리아출신 30대 맞아죽는 동안 군중들 구경만 해
반이민정책의 주역 살비니, 라디오 청취자들 논쟁 가세

[시비타노바 마르케(이탈리아)= AP/뉴시스] 나이지리아 출신 행상이 백인 남성에게 맞아 숨진 거리에서 7월31일 한 남성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마=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이탈리아의 휴양지 거리에서 나이지리아 출신의 흑인 행상 한 명이 이탈리아 남성으로 부터 무차별 폭력을 당해 숨진 사건을 두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일요일인 7월31일(현지시간) 내내 그 폭력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탈리아의 중부 아드리아 해변도시 치비타노바 마르케의 번화한 상가 거리에서 지난 달 29일에 일어난 이 사건은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 남성 알리카 오고르추쿠(39)가 한 이탈리아 남성으로부터 하복부 급소를 맞은 뒤에 연이어 주먹세례를 받고 그 자리에서 숨진 사건이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었지만 모두 둘러서서 구경만 했다는 이유로 "과연 그를 구할 수는 없었는가"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폭력사태 뿐 아니라 무관심하게 이를 구경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분노를 표하면서 그가 죽은 저리에 꽃과 플래카드를 가져다 놓았다.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라 델라 세라'는 "4분 동안의 긴 폭력"이란 제목으로 시내의 다른 나이지리아인들이 이번 살인사건을 인종 차별로 규탄하고 있는 내용을 보도했다.

피해자가 공격을 당해 숨지는 장면은 이탈리아의 뉴스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경찰은 필리포 클라우디오 주세페 페를라초(32)를 용의자로 체포했으며 8월1일 구속상태 유지 여부가 법정에서 결정된다.

경찰의 마테오 루코니 경찰관은 30일 기자들에게 용의자가 여자 친구와 길을 가는데 오고르추쿠가 끈질기게 따라오면서 잔돈을 구걸하는 걸로 알고 화가 치밀어 범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살자의 변호사는 피해자가 여성의 미모를 칭찬하는 말을 한 직후에 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검을 실시해서 피해자가 구타를 당해 숨졌는지, 아니면 가해자가 그를 눕혀놓고 올라탄 채 목을 조르며 때렸을 때 질식사한 것인지를 가려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 상인들은 오고르추크가 주로 거리에서 라이터나 작은 휴대용 휴지 등을 팔러 다녔다고 증언했다.

일요일밤 이탈리아 국영 라디오의 인기 토크쇼에서는 청취자들이 현장에 있던 최소 2명의 구경꾼을 지목해 비난하면서, 이런 폭력과 무관심이 일반화 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시비타노바 마르케(이탈리아)=AP/뉴시스]나이지리아 출신 이민 알리카 오고르추쿠가 이탈리아 백인에게 맞아서 숨진 거리에서 7월30일 부인 채리티가 울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청취자는 2020년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맞고 있는 친구를 보호하려고 싸움을 말리다가 갱들에게 맞아 죽은 한 청년의 이야기를 환기시키면서 섣불리 싸움에 개입하기 힘든 현실을 이야기했다.

31일 현지 주민들은 오고르추쿠가 죽은 자리에 꽃다발과 카드를 가져다 두고 근처 나무에는 "폭력, 인종차별, 무관심"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일부 라디오 청취자들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피해자를 구하거나 말리려고하는 대신에 전화기들을 꺼내서 폭력 장면을 촬영하는데 급급했다고 분개했다.

그 중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전화를 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 피해자는 이미 숨진 뒤였다.

청취자 한 명이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겠는가"를 묻자 이탈리아의 AGI방송 앵커 마리오 세키 국장은 "나같으면 그 자를 걷어 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9월 25일 실시되는 이탈리아 조기 총선을 앞두고 일어나, 국민보호의 기치를 내걸고 반 이민정책을 주장해온 우익정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살비니는 31일 트위터 글에서 좌파 정적들이 나이지리아 이민의 죽음을 빌미로 자신과 수 백만명의 이탈리아 국민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치비타노바 마르케 시가 소속된 교구의 로코 페나치오 대주교는 일요일 미사에서 이번 사건 내용에 대한 강론은 피하고 대신에 죽은 피해자를 위한 잠깐 동안의 묵념을 제안하는데 그쳤다.

피살당한 오고르추쿠의 처자가 살고 있는 인근 산 세베리노의 시장은 장례식 비용을 대겠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지역 주민들이 유가족을 위해 모금운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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