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추락' 윤석열 지지율, 무엇이 문제인가?
[최충웅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제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날이 지난 5월 10일이다. 8월 9일이면 딱 취임 3개월인 셈이다.
지지 여부를 떠나서, 보수든 진보든, 나라의 운명을 걸머지고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정말 잘 해주기를 학수고대했다. 싫건 좋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백척간두에 선 나라 앞날의 운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야 간 협치를 통해 전 정부의 좋은 정책은 계속 유지하면서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 가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정치적 허니문 기간인 지난 3개월 동안 국정 전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적을 뒤돌아보면 어안이 벙벙하고 기가 막힐 뿐이다.
윤 대통령은 차점자와 불과 0.73% 포인트 차이인 48.56%의 지지로 당선됐지만,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40% 이상이 불과 석 달도 채 안되어 지지를 철회하고 반대로 돌아섰다.
더군다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임 정권에 비해 현 정권이 더 못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퇴임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40%대의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한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새 정부의 지지율이 정권 말 레임덕 수준보다도 훨씬 못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지율이 나날이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일반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만큼 극단적인 정파적 정책들을 너무나 경박하고 일관성 없이 이중잣대 내지는 불규칙 바운드로 처리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미숙하거나 잘못한 점에 대해 곧바로 사과하고 시정하겠다고 약속하기는커녕 구차하고 구태의연한 변명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점은 격동하는 나라 안팎의 정세속에서 경륜과 비전의 부재로 올바른 방향으로 키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전 정권을 노골적으로 후벼파고 때려잡기만 하는 정치보복과 함께 무조건 정반대의 정책을 구사하는 오만과 만용을 부리는 데 심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치보복이 아닌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해, 야당과도 적극적인 협치를 통해 내정 및 외정의 정책 기조를 탄탄하게 마련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진영논리를 과감하게 탈피해서 유능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과감하게 배치하는 등 폭넓게 탕평책을 써서 실사구시의 길을 견지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국회의 다수당인 야당과 협치 하기는커녕 사사건건 정면 충돌하고 적대적으로 몰아부친 결과 바로 지금과 같은 참담한 궁지에 몰린 것이다.
지난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있었던 새 정부의 실정을 나열만 해도 손가락과 발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전 정권이 했던 일을 사사건건 거꾸로 뒤집기만 하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는지 그 '똥볼차기' 헛발질은 극에 달했다.
원천적으로, 윤 대통령 자신이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다는 데 새 정부의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의 책임자들에 대해 칼을 들이대어 난도질하는 정치보복을 일삼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는 것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심지어, 극악 살인범의 북송을 트집잡아 전 정권의 청와대, 국정원 등의 책임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도 정치보복의 성격이 아니라고 부인하기 힘들다.
자고 나면 무조건 문 전 대통령의 정책 흔적 지우기 및 뒤집기로 바람 잘 날이 없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로부터의 치명적인 충격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잘못된 방향을 잡고 내부총질, 인사청탁, 망언 등 자업자득으로 거의 자멸하는 꼴이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 힘 당대표 직무대행에게 보낸 "내부총질 당대표 바뀌니 달라져..."라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자 새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더욱 더 급전직하 했다.
더군다나, 권 직무대행이 지인의 아들을 대통령실 직원으로 사적 인사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진 직후 뻔뻔하고 싸가지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대통령실에 극우 논객 및 유투브 관련자까지 무차별 입성한 것으로 드러나 공과 사를 망각하는 추태를 보였다.
또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통령 전용기에 민간인 신분인 대통령 인사비서관의 배우자를 탑승시킨 것도 그냥 넘기기 어려운 대목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대대적 인사를 통해 검찰을 완전 장악한 데 이어 대통령실, 국정원, 금융감독위 등 핵심 요직에도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그야말로 곳곳에서 검사들이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아우성이 무색할 정도로 명실상부한 '검찰공화국'이 들어선 셈이다.
우선 검찰총장의 부재 상태에서 법무장관 자리에 심복을 먼저 박아놓고 대대적인 우리편 줄세우기의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이어 검찰이 총대 메고 문 정권의 장관들을 대상으로 재임 당시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산하 기관장을 강제사퇴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로 무차별 칼질을 해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임기가 남은 방송위원장, 국가권익위원장 등에 대해 불법적으로 조기사퇴 압력을 가함으로써 '내로남불'의 전형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검찰이 점령한 법무부에 공직자 후보 검증의 권한을 부여한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함으로서 검찰은 이제 무소불위의 정권 파수꾼으로 급부상했다.
게다가, 금융감독위원장 자리에도 사상 초유로 검사 출신이 임명되는 등 경제 관련 부서들까지 검찰의 수중에 떨어졌다.
반면,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허위 이력서 작성 혐의 등 본연의 임무와 관련해서는 수사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밍기적거리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공수처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나서 감사를 하겠다고 압박함으로써 그 수사범위를 위축시켜 재갈을 물리려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조직법이 아닌 시행령만으로 행안부에 경찰국까지 신설함으로서 위헌 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경찰을 손아귀에 쥐겠다는 노골적인 시도를 드러냈다.
그 휴유증으로 새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치욕적인 20%대로 곤두박질쳐 깊은 수렁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부추기는 경제정책 뿐만 아니라 독선과 오만의 드라이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부자는 더 부자 되세요" 정책이다.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세목의 세율을 인하하거나 공제를 확대하는 포괄적인 감세안을 담고 있다. 소득세 감세는 18만~54만원 '쥐꼬리'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부자들이 받는 혜택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반면, 부자들에게는 대대로 부의 세습이 유지되게끔 개악되었다.
법인세 인하,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가업승계 시 상속세 완화,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세 완화 등 주로 대기업과 부동산·주식 부자, 기업 오너들에 대한 혜택 등등 ......
한편, 새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보는 KBS, MBC에 대해 민노총이 조종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프레임을 씌워 향후 신종 언론탄압을 예고했다.
새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해 눈엣가시인 김어준의 퇴출을 겨냥해 그가 시사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교통방송(TBS)에 대해서도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에, 교육부가 수도권 초집중화 현상을 가속시키고, 국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지방대학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전임 정권이 코로나 방역을 잘못 대처했다고 비난하고 '과학방역' 운운 했지만, 확진자 수는 오히려 눈덩이처럼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
전 정권에서 추진해온 4대강 보 해체 등 재자연화 정책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뒤집기로 환경단체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다.
경비 및 보안 시설이 완비된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긴 것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뉴스였다.
이어 느닷없이, 여성·아동·청소년과 가족 정책을 총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폐지하라고 성화를 부리니 남녀간 갈라치기 논란이 아직도 시끄럽다.
새 정부는 외교·안보적으로도 최악의 궁지에 몰려 있다. 미국 보수매체에 윤석열 대통령 임기 초반 지지율 급락이 미국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정치학자의 글이 게재될 정도에 이르렀다.
이 기고에서 최승환 교수 일리노이대 교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에 따른 남한 내부 정치 불안이 한반도 안정에도 영향을 미쳐 대북 문제를 풀어야 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선제적 공격을 운운하고 한미 군사동맹 강화를 공언한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거친 비난과 함께 극단적인 군사적 대결 의지를 천명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팽팽해진 것이다.
또 박진 외교부 장관이 최근 사드 배치를 통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지 않겠다는 이전 정부의 외교정책을 중국과 합의가 아닌 일방적 입장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언론이 사드 배치 이후 중국과 한국의 관계 악화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2차 사드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굽신거리는 새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국 반도체 동맹에 참여하라는 강한 압박에 꼼짝달싹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다.
안보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의 거센 반발이 뻔한 상황에서 넛 크랙커에 낀 호두알 신세에 처해 있는 것이다.
불요불급 한데도, 미국의 압력 하에 반러 군사동맹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함으로써 러시아와의 관계까지도 불편하게 되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일본군 종군위안부 사과를 끝내 뻔뻔히 거부한 극우 성향의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조문 후 방명록에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아베 총리" 운운이라고 적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어서, 문화관광부가 청와대 내에 일본 식민지 총독관저 모형까지 설치하겠다고 나섰으니 욕을 먹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라 안팎의 실정(失政)들을 일일이 나열해서 지적하고 비판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다.
추락 일로에 있는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취임 3개월간의 행적을 되짚어보고 뼈아픈 자기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순자·왕제편(王制篇)>에 나오는 경구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水能載舟 水能覆舟(수능재주 수능복주)'
즉, 물(민심)은 능히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능히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헛점투성이 정책 기조를 환골탈태 시키지 않으면 제2의 촛불혁명을 자초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여기저기 둑에 작은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급락세를 반전시키고 성난 민심과 혼란한 국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면 더 이상 실기(失機) 하지 말기를 바란다.
윤 대통령은 이제 머리카락에 홈 파듯 범죄자를 때려잡는 식의 검사 마인드에서 완전히 탈피하고 명실상부한 국가지도자로서 넓게 보고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오만 불손하고 독선적인 아첨꾼들에 둘러싸여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측근 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도 불가피하고 시급하다.
모든 분야를 꿰찰 수는 없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국내 및 국제 정세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잘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경청하고 심사숙고 하는 한편, 공부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공부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밝은 앞날을 위해서는 더 이상 이전투구식 정쟁을 부추기지 말고,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올바른 정책을 펴겠다고 국정 기조를 곧추세워야 한다.
국민을 늘 섬기겠다는 각오로 "생각에 사심이 없고 늘 공경하고 배려하라"는 '사무사 무불경(思無邪 毋不敬)'을 명심해야 한다.
훗날 냉엄한 역사적 평가를 명심하면서 오직 정도의 길만 걷겠다는 자세를 가다듬고 또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특정 정파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공정성, 투명성,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새 비전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훌륭한 리더로 대변신 하기를 간곡히 바라마지 않는다.
최충웅 칼럼니스트는 전 경향신문 걸프전 종군특파원, 전 문화일보 기자로 북·중 국경 기아현장 밀착취재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 수상, 전 언론노조연맹(언노련) 초대 편집위원, 전 코리아헤럴드/헤럴드경제 기자협회 분회장/노조 설립 및 공정보도위원장, 부위원장을 지냈습니다. 현재 바른언론실천연대(언실련) 회원, 새언론포럼 회원입니다.
[최충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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