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전세 사기와의 전쟁' 승부 가를 분수령 된다

공성윤 기자 2022. 8. 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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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일벌백계" 발언 이후 경찰력 1600여 명 투입..'경란' 속 역량 입증 기회 될까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전세 사기와 같은 민생 위협 범죄는 강력한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20일 경기도 성남시 중탑종합사회복지관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서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전세 사기 엄단의 뜻을 내비친 것이다. 바꿔 말하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경고할 만큼 전세 사기가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수사기관도 즉각 움직였다. 7월2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세 사기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내년 1월24일까지 6개월간 집중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담수사본부는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관계기관과 공조해 전세 사기 단속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꾸려졌다. 전세 사기와 관련해 자금 추적, 첩보 수집, 온라인상 사기 정황 단속 등 전방위로 수사망을 펼칠 계획이다.

전담수사본부는 이날 전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단속 방향과 주요 사례 등을 공유하며 본격 업무에 돌입했다. 지방 경찰청도 대대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 시도 경찰청은 수사 차장 또는 부장을 중심으로 자체 TF를 구성했다.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은 직접 수사부서 35개 팀 185명, 일선 경찰서 단위 261개 팀 1496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자금 추적부터 온라인 단속까지…전방위 대응 시작

경찰청은 "전세 사기를 엄정 단속해 서민경제 안정과 건전한 전세 거래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부탁했다. 앞서 검찰도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4부 산하에 전세 사기 전담팀을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정부도 일찍부터 전세 사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예고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5일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에 약 2개월 만에 새로운 영상을 올렸다. 그 제목은 '국토부 장관도 당할 뻔한 신종 전세 사기 수법!! 그 실체와 대책은?'이다. 지난 대선 때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처해 이목을 끌었던 원 장관이 이번에는 전세 사기를 '강의 주제'로 들고나온 것이다.

원 장관은 전세 사기의 대표적 수법을 설명하며 "국가 차원에서 전세 사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허위매물에 대한 집중 단속과 수사 △세입자에 대한 집주인의 국세 체납 사실 고지 의무화 △집주인의 의무 미이행 시 제재 방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수수료 하향 조정 등을 거론했다. 원 장관은 7월28일 청년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앞으로 공인중개사를 통해 전세계약을 하면 사기를 당해도 본인은 피해가 없고 사기범은 국가에서 쫓아다니는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 사기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7월28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전세 사기 기획수사 단속 기간 중 검거현황'을 보면, 검거 인원은 2019년 95명에서 2020년 157명, 지난해 243명으로 매년 늘어났다. 또 서울보증보험(SGI)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접수한 전세금 미반환 사례는 모두 8130건이다. 금액으로 치면 1조6000억원 상당이다. 사고 건수와 피해액 모두 늘어나고 있다.

전세 사기는 서민과 청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세 사기 피해자는 총 1351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보증금 5000만원 이하는 871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자의 64%다. 또 같은 기간 주택 유형별 사기 건수를 보면 다세대주택이 251건으로 총 사기 건수(438건)의 50.7%를 차지했다. 서민의 대표적 거주지인 빌라 등 다세대주택이 사기에 빈번히 노출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최근 기소된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에서는 청년층에게 피해가 집중됐다. 해당 사건은 신축 빌라를 무자본으로 대거 매입한 뒤 300억원에 달하는 전세금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극이다. 검찰이 신원을 확인한 사건 피해자 128명 중 20대는 17명(13%), 30대는 89명(70%)으로 확인됐다. 20·30대가 80%를 넘는다. 청년층은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계약 경험이 적다는 점 때문에 전세 사기의 주요 타깃이 되곤 한다.

전세 사기는 다른 유형의 사기범죄와 달리 일부 피해를 보전하는 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보증금을 들고 잠적해도 세입자가 경매를 거쳐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법이 있다. 또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대항력을 갖춘 소액임차인은 보증금의 일부를 먼저 회수할 수 있다. 이 외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면 보증금을 떼여도 보증기관으로부터 우선 돌려받을 수 있다.

"전세 사기 당한 청년·서민은 피해 회복 불가"

이 때문에 전세 사기는 보이스피싱이나 암호화폐 사기 등에 비해 어느 정도 구제책이 마련돼 있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세 사기 피해자가 서민·청년에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체감되는 피해는 상당하다는 시각이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전세 사기에 당한 청년과 서민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과 삶의 터전을 빼앗기기 때문에 사실상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표된 전세 사기 강력대응 방침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전세 사기 엄단을 주문한 지 3일 뒤인 7월23일 '경란(警亂)' 조짐이 일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안에 대해 이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전국서장회의를 주도하며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류 서장은 대기발령 조치됐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서장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하며 기름을 부었다.

이 장관은 경찰 통제조직 신설안에 공감하며 "임무수행 역량 강화에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 입장에선 전세 사기 대응 결과가 임무수행 능력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수사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를 위해 출범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서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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