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세상을 움직이고 밝히는 희귀한 흙

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2022. 8. 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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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떠나는 요즘 필자 또한 지인이 함께 캠핑을 권유해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게 됐다.

캠핑의 꽃은 '불멍'이라는 얘기를 듣고 검색을 해 보았는데 불을 피우는 방식이 참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는데 '파이어스틸'이라는 것을 활용해서 라이터나 가스 등이 없이도 불을 피우는 방법이다. 파이어스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필자가 오랜 기간 연구해 온 '희토류'가 파이어스틸의 주재료이기 때문이다.

6대 핵심광물 '리그니코플레'의 마지막 광물이기도 한 희토류(REEs)는 '란탄족'이라고 불리우는 원소 15개와 스칸듐, 이트륨 등 총 17개 원소를 통칭한다. 이름 때문에 자연계에 굉장히 희귀하게 존재할 것 같지만 백금족이나 금과 같은 귀금속보다 부존량이 많으며 세륨(Ce)과 같은 원소는 구리와 지각 내 함유량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농축된 곳이 많지 않아 희토류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17개나 되는 원소들을 통틀어 한 가지로 분류하는 이유는 이 원소들의 화학적 성질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유사한 성질 때문에 자연계에서 희토류는 모나자이트, 바스트나사이트 등의 광석 광물에서 함께 뭉쳐 발견된다. 과거에는 이 17개 원소들을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의 부재로 희토류는 큰 용도가 없었다. 다만 이 원소들이 대부분 함유된 금속을 제조할 수 있었는데, 이를 미쉬메탈(misch metal)로 명명하고 라이터에 들어가는 부싯돌로 사용해 오고 있다. 철과 희토류 원소 세륨의 합금인 페로세륨으로 제조되는 파이어스틸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이 17개 원소들을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다양한 분야에서 희토류가 사용되고 있다. 희토류 원소들은 전기적, 광학적, 자기적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최근에는 희토류 합금으로 만들어진 자석이 많이 생산된다. 없어서 못 파는 전기차의 모터나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풍력발전기 터빈의 모터에 희토류 자석이 사용된다. 모터 외에도 스마트폰, 하드디스크, MRI 기계 등에도 희토류 자석이 장착된다. 광학적 성질이 있는 이트륨(Y), 유로퓸(Eu) 등과 같은 원소들은 LED 조명에 들어가는 형광체나 레이저의 재료로도 사용된다. 그야말로 세상을 움직이게 하고 밝혀주는 역할을 하는 원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4차산업의 확장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여느 핵심광물들처럼 희토류의 중요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핵심광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희토류의 편재성은 매우 높다. 희토류 광석의 37%가 중국에 부존되어 있고, 전 세계 희토류 광석 생산량 중 60%가 중국에서 나온다. 희토류 자석은 85%가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어 많은 나라들이 중국 위주의 공급망에서 벗어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는 희토류 분리·정제 및 자석 소재 제조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혼합 희토류 용액으로부터 개별 원소를 분리하여 고순도 원료를 제조할 수 있는 '용매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협력 기업과 함께 희토류 자석 재활용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국내 일부 기업은 고순도 희토류 원료로부터 희토류 자석을 제조할 수 있는 역량 또한 갖추고 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많은 국가들이 국내 연구기관 및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리의 연구기술이 세상을 움직이고 밝히는 주축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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