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예람 중사' 부실수사 군검사..법원 "정직은 정당"

송주원 2022. 8.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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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 알면서도 조사 지연…'정직 3월' 과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의 호소가 담긴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군 검사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군 검사 A 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군검찰에 송치된 고 이 중사 성추행 사건 수사 담당자였다. 고 이 중사는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인 같은 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국방부 보통검찰부는 수사 담당자인 A 씨의 직무유기 등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A 씨가 사건을 송치받은 뒤 고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피해자 조사를 준비한 것 외에 참고인 조사 등 다른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고, 휴가와 출장 등의 사유로 미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A 씨가 직무집행의 의사를 갖고 피해자 조사 준비 등을 한 이상, 일부 수사 미진 사실이 있다고 해도 '직무집행을 하지 않은 경우'로 볼 수 없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6월 29일 감찰실 대기 중 무단이탈한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유예 처분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국방부 군인징계위원회는 △성실의무 위반(직무태만) △근무지 이탈 금지 의무 위반(무단이탈)을 이유로 A 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국방부의 정직 3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사건 송치 이후 성 고충상담관, 국선변호인과 수시로 연락을 취했고 조사 일정 역시 피해자와 협의해 변경한 것"이라며 "이를 이유 없는 수사 지연으로 평가할 수 없다. (국방부 군인징계위의) 징계 사유는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성실의무 위반으로까지 평가될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무단이탈 혐의 역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이탈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군 검사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새롬 기자

하지만 법원은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는 사건을 송치받은 뒤 피해자(고 이 중사)의 위태로운 정신 상태, 극단적 선택 시도 정황, 상급자의 합의 종용 사실 등 여러 가지 위험 징후를 충분히 알고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송치받은) 4월 말까지도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상황을 파악하거나 조사 일정 등 논의를 하지 않았다"라고 질타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고 이 중사는 지난해 5월 3일 조사받기를 희망했지만, A 씨는 뚜렷한 이유 없이 조사 일정을 같은 달 21일로 미루고 이후에도 거듭 연기했다. A 씨 측은 고 이 중사의 청원휴가와 코로나19에 따른 자가격리 등을 연기 사유로 들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는 청원휴가 상태에서도 군사법경찰의 수사과정에 응했고, 가해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구속 기소를 희망한 점에 비춰 피해자의 청원휴가 등이 수사 진행에 방해되는 사정이었다고 볼 수 없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중사의 상급자가 합의를 종용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도 피해 여부를 확인하거나 2차 가해를 중지하도록 경고하지도 않고 다른 수사도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로서는 당시 피해자가 조사 연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조속히 조사를 받고자 하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일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가해자에게 2차 가해를 받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조사를 지연했고, 불행히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성실의무 위반의 정도나 직무태만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 징계처분과 기간이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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