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당신이 궁금해 할 공매도 Q&A
외국인, 공매도 상환기한 규제 시 외국계 대형 펀드가 국내 우량주 매도할 수도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본시장의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주식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 당국과 검찰이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공매도는 현재 많은 개인투자자의 공분을 사고 있는 주식시장의 큰 화두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전면 중단'을 주장합니다. 하다못해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환경은 개인투자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공매도를 까다롭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중단해달라고 하는 이유, 그리고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궁금해 할 공매도에 대해서 Q&A 형식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공매도는 무엇인가요? ▶공매도란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음으로써 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A종목 주가가 1만원이고 주가 하락을 예상한다면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일단 1만원에 공매도 주문을 냅니다. 그리고 실제 주가가 8000원으로 하락했을 때 A종목을 사서 갚습니다. 이 때 2000원의 시세차익이 생깁니다.
공매도가 늘어난다는 건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불안해지겠죠. 공매도가 직접적으로는 주가를 끌어내리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신실한(?) 주식투자자에게 불리해보이는 공매도라는 제도는 왜 있을까요? 공매도는 부작용도 있고, 악용하는 세력도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습니다.
주가 하락에도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매매 기법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고, 그렇게 되니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을 합니다. 또 주식 가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가능해져 주가에 거품이 끼는 것도 방지합니다.
-이번에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공매도 내용은 무엇인가요? ▶가장 주요한 내용으로는 '공매도 신고 의무 강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공매도 목적으로 주식을 빌리고 90일이 지나도 금융당국이 별도 모니터링을 하지 않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공매도 목적으로 주식을 빌릴 경우 90일이 지나면 금융당국에 보고를 하도록 했습니다. 공매도를 쳐 놓고 90일 이상 버티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를 미리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기관의 대차기간은 평균 70일 정도인데, 이 기간이 90일을 넘어갈 경우 단순 공매도 시세차익이 아니라 다른 목적, 즉 시세 조정 같은 불공정거래의 목적이 의심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 이번 규제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공매도를 중지할 수도 있다고? ▶공매도 전면 금지를 선언한 것은 아닙니다. 금융위는 "일부 투자자가 주장하는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금융당국은 주요국 증시에서 대부분 허용하는 공매도를 한국에서만 전면 금지하는 것을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코로나 이후 전면 중단했던 공매도를 지난해 5월 '일부 재개'로 바꿨고, 공매도 가능 종목을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총 350종목으로 제한한 상태입니다. 주요국 증시 중 공매도 전면 허용이 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뿐입니다.
대신 '공매도 과열 종목' 기준을 대폭 낮춰 공매도를 보다 엄격하게 규제하기로 했습니다. 공매도 비율이 높은 종목에 대해서는 지금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하루 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 조건을 더 확대한 것입니다.
새로운 규제안에 따르면 공매도 비율이 30% 이상인 종목 중 주가 하락률이 3% 이상, 공매도 거래 대금 증가율(직전 40거래일 평균 대비)이 2배 이상인 경우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돼 하루 동안 공매도를 금지합니다.
또 공매도 금지일에 '주가 하락률이 5% 이상'일 경우 공매도 금지기간을 다음날까지 자동으로 연장합니다. 대량의 공매도가 작용한 경우 해당 종목이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공매도는 주가를 하락시키나요? ▶이 질문에 대해 '아니요'라고 답한다면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많은 연구 결과는 공매도가 주가하락의 주범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달 11일까지 코스피200 지수가 21.8% 하락할 때 코스피200 지수 종목을 제외한 지수는 24.9% 하락했다고 합니다. 공매도가 가능한 코스피200 지수의 하락률이 더 낮았던 것입니다. 결국 주가는 공매도보다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과 더 큰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역시 공매도와 주가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도 있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유의미한 결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라면서 "다만 단기간으로 보면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공매도 금지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매도는 기관·외국인과 개인 간 기울어진 운동장인가?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담보비율 조정과 공매도 의무상환 기간 조정을 요구해왔습니다. 현재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위한 담보비율은 140%입니다. 100만원어치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계좌에 140만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105%입니다. 그리고 외국인과 기관은 상환 기한이 없는데, 개인은 최대 60일로 제한됩니다. 수수료는 말할 것도 없이 개인이 높고요.
이에 금융당국은 개인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인하하고,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하는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상환기한의 제약이 없는 대차 거래를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무제한 상환 기간 제한은 "국제관례상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개정안에 '반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개인의 공매도 규제를 완화할 게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기준을 높여 공매도를 쉽게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난색을 표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90일 상환기한 규제는 오히려 이들이 90일동안 차입한 주식을 갚지 않아도 되는 기한을 설정해준다는 것입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로 주식을 차입할 때 별도 상환기한을 두지 않는 대신 필요시 빌린 주식을 즉각 되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과 기관의 상환기한을 90일로 제한한다면 국내 우량주를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우량주를 대거 매도할 유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현재 외국계 대형 펀드들은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를 장기간 보유하면서 배당 뿐만 아니라 대주 수수료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한 번 빌려줬을 때 90일간 돌려받지 못한다면 대주 수수료는 줄어들고, 대형주를 보유할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를 고려하지 않나요? ▶그동안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총 3차례 공매도를 규제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결과 증시 변동성 확대 대응방안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손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2014년 발간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공매도 금지조치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에서 공매도 금지조치가 시장의 변동성을 축소시키고, 시장 유동성을 확대시킨다는 것에 대해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손욱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 시행된 공매도 금지조치는 주식가격의 변동성 확대를 축소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고, 공매도 거래자의 시장유동성 공급자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주가 하락의 억제 측면에서 공매도 금지의 정책적 효과는 일부 달성했지만, 공매도 금지가 주식의 공정가격 형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본시장연구원 송민규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논쟁과 향후 정책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금지 시기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보면, 공매도를 금지한다 해서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거나 가격하락은 막지 못한다"며 "오히려 시장 유동성만 위축시키는 결과로 귀결되며, 기술적으로 공매도를 완벽하게 금지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공매도의 순기능으로는 시장 유동성 공급, 가격발견 기능 강화, 투자자의 위험관리 편의성 제고 등이 있으며, 역기능은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증권 결제불이행 위험이 증가, 개인투자자 소외 가능성 등이 언급되는데, 대체로 순기능이 상대적으로 더 우세하다고 봤습니다.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 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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