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판알 튕기는 삼성생명·현대차, 지배구조 '교통정리'할까

이남의 기자 2022. 8. 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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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금융 자물쇠' 금산분리 깨진다②] 지주사로 탈바꿈, 계열사 지분정리 최대 이슈

[편집자주]정부가 금융산업의 장벽으로 불리는 금산분리법을 완화한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은행과 보험사들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15% 이내 지분투자 할 수 있는 비금융 자회사에 투자 제한을 완화하고 업종 제한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를 열어줄 방침이다. 과거 기존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나서 금산분리 완화의 부작용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삼성은행' 나오나… '낡은 규제' 금산분리 빗장 푼다
② 주판알 튕기는 기업들, 지배구조 '교통정리' 하나
③ 한화·교보 오너家들, 지분정리 셈법은
④ 거대자본 빅테크, 금융시장 주도하나

"삼성생명이 금산분리 완화 수혜주인가요? 고수님들, 삼성생명 주식 더 사야 하는지 알려 주세요." - 주식투자 종목토론방.

지난 7월 1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금산분리 완화 발언에 삼성생명의 종목토론방은 종일 시끄러웠다. 삼성전자 주식 30조원을 보유한 삼성생명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로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기대처럼 삼성생명의 주가는 약세를 멈추고 이날에만 2.4% 가량 올랐다.

금산분리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삼성그룹이 언급되는 이유는 삼성생명을 둘러싼 지분구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총 자산합계가 5조원이 넘는 그룹을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이들 기업에 소속된 금융회사를 감독하고 있다.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되나


2021년 기준 금융복합기업집단은 모두 6개 그룹으로 이들 기업의 소속된 국내·외 금융회사는 ▲삼성 33개 ▲한화 19개 ▲미래에셋 99개 ▲교보 10개 ▲현대차 43개 ▲DB 15개 등 총 219개에 달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지배구조 쟁점은 금산분리법과 무관하다. 삼성생명은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형태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업법에 반영된 금산분리 규정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비금융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보통주 8.74%(이중 특별계정 0.23%)와 우선주 0.08%(특별계정 0.07%)로 규정을 밑도는 수준이다.

다만 삼성생명이 지닌 삼성전자 주식은 보험업법의 자산운용 비율 규제에 적용돼 논란의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보통주를 '취득원가'로 보고 있으나 '시가'로 보험업법이 개정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3%인 9조8000억원(2022년1분기 기준)을 뺀 나머지를 처분해야 한다.

7월 26일 삼성전자 종가(6만1700원)를 기준으로 할 경우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8% 주가는 30조원이 넘는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매물이 쏟아져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삼성물산에 삼성전자 지분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삼성물산이 지분을 떠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전환돼 지주회사 강제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월 삼성물산 평가보고서에서 "금산분리 손질로 보험업법이 개정될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정리 필요성이 증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생명은 금산분리법이 완화될 경우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4월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4개 금융회사의 공동 브랜드인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금융)가 통합앱 모니모를 출시하는 등 삼성이 금융계열사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삼성은 아직까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없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시행으로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소멸한 상태다.



현대차, '금산연계 강화'… 카드, 단독경영 가능


현대차그룹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현대차증권 등의 금융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59.68%, 40.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차증권은 현대차가 25.43%, 현대모비스가 15.71%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기아가 최대주주(17.37%)로 있는 회사다.
현대카드는 현대차(36.96%) 기아(11.48%) 현대커머셜(28.56%) 등이 주요 주주로 있고 현대커머셜은 현대차(37.50%)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25%)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12.50%)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금산분리가 완화될 경우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돼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사업자본인 그룹에서 벗어나 독자경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카드는 현대커머셜이 지분 28.56%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액주주 지분 매입이 전량(3.02%)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현대커머셜의 지분율은 31.56%로 높아진다. 정 부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평가받는 대만 푸본그룹 지분도 19.98%에 달해 독립적인 경영이 가능한 구조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아가 현대캐피탈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지주사 전환은 멀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금융계열사를 떼어내야 하지만 오히려 금산연계가 강해진 탓이다.

지난달 초 현대캐피탈은 현대차에서 글로벌사업기획1팀장과 글로벌판매지원1실장 등을 지냈던 정주용 상무를 해외사업담당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현대차·기아의 전속 금융회사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30대 대기업 가운데 삼성, 현대차 등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수익성이 좋은 금융계열사를 분리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래에셋,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금융자회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미래에셋금융그룹도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소식에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없다"고 밝혔으나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으로 지주회사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은 3개 상장사(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벤처투자)와 12개의 비상장 주식회사를 거느린 대규모 기업집단이다. 해외에도 80개의 법인이 있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는 없으며 박 회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지배구조를 갖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박 회장은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의 지분을 각각 48.63%, 34.32%, 60.19%씩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10%를 보유하고 다시 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0년 5월 미래에셋컨설팅이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받았다며 시정명령을 내렸고 43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이 2015~2017년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과 각각 93억원, 83억원 규모의 내부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처분과 시정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8월 16일 공판이 예정됐다.

미래에셋 측은 "금산분리 원칙으로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호텔,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계열사들의 모든 시설 이용은 정상가격(공정한 가격)으로 이뤄지는데 미래에셋컨설팅의 지원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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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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