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키우는 윤석열표 감세..국제기구 권고에도 '엇박자'

박종오 2022. 8. 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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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첫 세제개편안 3대 쟁점
1 감세액보다 감소율 강조하며 '물타기'
2 법인세, 미·영 올리는데 되레 뒷걸음질
3 실제 감세 60조를 13조로 '꼼수 통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 3월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간 60조원 감세’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업무 보고를 한다. 정부 세제 개편안의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①감세 ‘저소득층’에 더 효과?

이번 개편안이 ‘부자 감세’라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중소기업·저소득층이 더 큰 혜택을 본다”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소득세 최저 세율과 그 위 세율의 적용 구간(연봉에서 비과세 소득 및 각종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을 높이기로 했다. 최저세율 6% 적용 구간은 기존 1200만원에서 1400만원 이하로, 세율 15% 적용 구간은 1200만∼4600만원에서 1400만∼5천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이렇게 기준선을 높이면 소득에 지금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문제는 연봉 7800만∼1억2천만원인 고소득자 감세액이 연 54만원으로 가장 크다는 점이다. 연봉 3천만원 소득자 감세액은 연 8만원으로 고소득층 감세액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기재부 쪽은 저소득층이 더 큰 혜택을 본다고 주장한다. “저소득층은 지금도 세금을 적게 내는 만큼 깎아주는 세금의 절대액도 크진 않지만, 세금 감소 비율은 고소득자보다 훨씬 높다”는 논리다.

그러나 기재부의 이런 설명은 ‘물타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개편으로 고·저소득층 간 소득 격차는 확대된다. 감세액이 더 많을수록 가처분소득(세금을 낸 뒤 실제 쓸 수 있는 소득)도 커지기 때문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소득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돼 가만히 두면 고소득자가 세금을 더 내는 재분배 효과가 생긴다”며 “여론에 떠밀려 세율을 개편했다가 소득 분배만 악화시키게 됐다”고 전했다. 소득세 개편은 7월 11일 기재부 업무 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바 있다. 기재부는 법인세 역시 같은 논리를 편다. 이번 개편으로 인한 전체 세금 감소율만 보면 중소·중견기업(12%) 쪽이 대기업(10%)보다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세액 자체는 대기업이 4조1천억원으로 중소·중견기업(2조4천억원)보다 훨씬 많다.

②감세가 ‘국제적 추세’인가

대규모 감세 정책의 적정성도 논란이다. 기재부 쪽은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에 맞추려는 것”이라는 이유를 든다. 주요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에 발맞춰 한국도 세율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거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 감세가 국제적 추세라는 건 미국 트럼프 정권 때까지 통용됐던 지나간 얘기”라며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동향을 보면 법인세율 인하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단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국내 재계 단체가 자주 비교 사례로 꼽는 영국의 경우 내년 4월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19%에서 25%로 상향할 예정이다.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기로 한 것과 반대 방향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앞서 지난 3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안(21→28%)을 담은 올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늘자 세수를 확보하려는 조처다. 네덜란드는 지난해로 예정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25→21.7%)을 취소하고 기존 세율을 유지 중이다.

최근엔 국제기구들도 각국에 증세를 권고한다. 세금을 깎아줘 가처분소득이 늘면 수요가 확대돼 물가 급등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26일 내놓은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등 회원국에 취약계층 지원과 세금 인상을 함께 시행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기재부 쪽은 이 보고서를 번역한 보도자료에서 ‘증세’ 얘기를 쏙 뺐다.

③감세 규모 일부러 줄였나

기재부가 이번 세제 개편의 세수 감소 효과를 13조1천억원이라고 설명한 것도 ‘꼼수’ 논란을 낳고 있다. 감세 정책의 세수 감소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는데, 13조원은 매년 새롭게 발생하는 세수 감소 효과만 더한 것이어서다. 예를 들어 2023년 세수가 올해보다 6조원 줄고 2024년에 7조원이 추가로 감소하면 2년간 누적 세수 감소액은 19조원(6조원+13조원)이지만, 기재부 쪽은 이를 13조원(6조원+7조원)이라고 계산했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새 정부 임기 5년간 줄어드는 누적 세수 감소액은 13조원이 아닌 약 60조원이다. 시민단체 등은 감세액을 축소하려는 정부의 ‘꼼수’라고 꼬집는다. 반면 기재부 쪽은 “단순 계산 방법의 차이일 뿐이며 과거에도 정부는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세수 효과를 계산해 발표했다”고 반박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회 예산정책처 등이 매년 기재부의 세수 추계가 이상하다고 지적해 이전 정부에선 누적 세수 효과도 함께 발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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