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족 물려주면 기업가치 '뚝'..정부는 대주주만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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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세제 개편안엔 기업 지배주주에게 편향된 감세안이 대거 반영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주주 보유 지분을 가족에게 승계할 땐 세금을 듬뿍 깎아주면서 정작 소액주주 보호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부모가 10년 이상 경영한 회사 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와 증여세를 대폭 감면하는 특례 제도(가업 상속·증여 공제) 대상을 기존 연 매출 4천억원에서 연 매출 1조원 미만인 중견기업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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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대주주 지분 상속·증여때 감세 혜택
소액주주 위한 의무매수제는 감감
정부의 세제 개편안엔 기업 지배주주에게 편향된 감세안이 대거 반영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주주 보유 지분을 가족에게 승계할 땐 세금을 듬뿍 깎아주면서 정작 소액주주 보호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업의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중소기업 주식 제외)을 상속 또는 증여할 땐 최고 세율 60%를 적용해 세금을 매긴다. 시장에서 기업 경영권을 거래할 때 최대 주주 지분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조처다. 물려주는 재산 가치를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법적 원칙에 따라 상속·증여세 최고세율(50%)에 10%포인트를 높게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을 통해 앞으로 자산 10조원 미만 기업 집단의 법인 지분을 상속·증여할 땐 이런 세율 할증 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독일 등도 비슷한 할증 평가 제도를 두고 있지만, 국내에서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건 일부 대기업뿐이라고 보고 대기업 이외 기업은 지분 승계 부담을 확 낮춰주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이번 조처는 기업 지배주주 입장에선 ‘꿩 먹고 알 먹기’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계속 누리면서 세금 부담까지 줄일 수 있어서다. 반면 소액 주주는 다르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지배주주 보유 지분만 프리미엄을 붙여 비싸게 거래하는 까닭에 소액주주는 아무런 혜택 없이 대주주 변경의 불확실성만 떠안는 게 일반적이다. 소액주주 보호 강화가 지배주주 감세 조처에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주주 감세는 속전속결로 이뤄지지만 소액주주 보호는 더디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대선 당시 지배주주가 회사를 매각할 때 소액주주 주식도 같은 가격으로 사줘야 한다는 ‘의무 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와 나누라는 의미다. 유럽연합(EU)·영국·일본 등이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이는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으나 아직까지 도입이 확정되지 않았다 .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이행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배주주 편애’는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기획재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부모가 10년 이상 경영한 회사 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와 증여세를 대폭 감면하는 특례 제도(가업 상속·증여 공제) 대상을 기존 연 매출 4천억원에서 연 매출 1조원 미만인 중견기업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상속세와 증여세 특례 공제액·증여액 한도도 기존 최대 500억원, 1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높인다.
그러나 이런 방침엔 국책 연구기관 쪽도 우려를 보인다.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앞서 지난 6월 28일 열린 세제 개편안 공청회에서 “실증 연구에서는 주로 가업 승계가 기업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국 사례를 보면 기업 지분을 가족에게 물려줄 경우 영업이익 등 경영 실적이 나빠지고 부실 경영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국내 기업은 가업 상속 공제 확대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등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실증 연구도 있다”며 “다양한 연구 결과를 참고하고 기업의 영속성, 경제 활력 제고 등 정책의 기대 효과를 고려해 감세 확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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