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 10년새 2배.. 생후 36개월 前 조기 개입 중요"

정진수 2022. 8.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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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대부분 언어지연 문제 감지 병원 찾아
국내 평균 확진시기 만4∼5세 머물러
'자폐' 예측·진단 AI플랫폼 개발 나서
위기신호 조기선별 땐 사회성 등 호전
“자폐스펙트럼장애 유병률은 세계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국내 아동 유병률은 1000명 중 1명에서, 500명 중의 1명이 됐다가, 이젠 100명 중 2.5명, 즉 37명 중 1명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폐스펙트럼 범위가 넓어진 것이 한 요인입니다. 여기에 임신기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포름알데히드 등 환경 독성 물질에 대한 노출이 커지고, 나이 든 부모 증가와 그에 따른 조산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조기 개입이 중요하지만, 진단은 만 4∼5세에 머물러 있다”며 “영유아검진을 보완하는 자폐 선별평가 도구 개발과 자폐 진단을 위한 인공지능 플랫폼의 개발을 통해 명확한 자폐뿐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자폐 위기 신호를 조기에 선별하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찾아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하지만 자폐에 대한 정보는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 관련 권위자인 김붕년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27일 세계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자폐는 1940년대 후반 발견된 그리 오래되지 않는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자폐 진단은 ‘가르마 타듯’이 선 긋기가 어렵다. 자폐아 40% 정도에서 ADHD가 동반되고, 70%는 언어발달장애와 지적장애가 동반될 만큼 다른 장애와 ‘오버랩’이 많이 된다. 과거에는 지적장애가 동반된 경우만 자폐로 인정할 만큼 ‘좁은 개념’을 적용했지만, 최근에는 ‘스펙트럼’ 개념으로 범위가 넓게 확장됐다.

“자폐스펙트럼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사회적 관계 형성에 초기 발달 단계부터 어려움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후 6개월 눈 맞춤, 12개월 호명 반응, 18개월 엄마와의 상호놀이활동 등 사회적 관계 형성과 관련된 중요한 각각의 스텝들을 초기부터 잘 성취 못 하는 게 가장 핵심이에요. 두 번째가 매우 제한된 관심 분야와 반복적인 행동 특성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원인은 여전히 확실치 않다. 자폐 아동의 형제자매는 자폐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50배가 넘고, 쌍둥이 연구에서 자폐 아동의 일란성 쌍둥이가 자폐 장애를 가질 가능성은 36%지만, 이란성 쌍둥이는 현저히 낮은 일치를 보인다는 점에서 유전적 요인이 높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1980년대부터 활발히 유전연구가 이뤄졌지만, 특정 단일 유전자만으로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다.

“800개 정도가 관련 유전자로 알려져 있는데, 유전자만으로는 자폐스펙트럼 전체 발병의 약 50%만 설명할 뿐, 결국 유전과 환경 상호작용으로 온전한 설명이 가능한 것이죠. 유전자의 취약성이 있는 사람이 환경적 요소를 만나게 되면, 그 환경적 요소가 장애발현 여부, 그 정도 등을 결정하는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2020년 기준 국내 자폐스펙트럼장애 등록 인구는 3만1000명.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자폐스펙트럼은 생후 24개월 이전에 조기 진단돼 36개월 이전에 조기 개입이 되면 언어·사회성 측면에서 호전이 좋다. 그러나 많은 부모가 24개월 이후 아이의 언어 지연이 온 후에야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병원을 찾는다. 게다가 모호한 경계로 진단이 어려운 데다가 전문가가 많지 않은 탓에 실제 국내 평균 확진 시기는 만 4∼5세에 머물러 있다. 많은 부모가 확진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다행이지만, 지금도 많은 부모가 대학병원에 ‘대기’를 걸어놓고 자폐 확진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김 교수 예약은 2026년이 돼서야 가능하다.

김 교수가 ‘자폐스펙트럼장애 이상행동 및 문제행동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AI 기반 자폐스펙트럼장애 예측·진단 플랫폼 개발’에 나선 이유다. 현행 이상·문제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약물치료는 장기화할 경우 부작용 가능성이 높고, 심리치료 및 행동치료는 시간 소요 및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부모가 일주일에 3∼4번씩, 50분∼1시간 반의 감각통합치료, 발달놀이치료, 인지행동치료, 언어치료 등을 위해 1∼2시간씩 차를 타고 센터에 다니세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니 치료 가격은 비싸고요. 디지털 치료제는 다양한 치료 콘텐츠를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접근 방법을 배우고 훈련하고, 그걸 실생활에서 연습하며, 그 호전 정도를 영상, 생체신호, 뇌기능변화 등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함입니다.”

빅데이터를 통한 자폐스펙트럼 선별진단 및 예측 플랫폼 역시 평가-진단과 관련한 의료접근성을 높여줘 오랜 대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자폐스펙트럼은 조기 개입이 중요한데, 주변에서 직접 자폐스펙트럼을 본 사람이 아니면 아직도 눈 맞춤이 없거나 불러도 반응이 없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영유아검진을 보완하는 자폐 선별평가 도구 개발과 자폐 진단을 위한 인공지능 플랫폼의 개발이 중요하죠. 선별 도구는 평가도구 예민성(Sensivity)이 중요합니다. 명확한 자폐만을 선별해내는 것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자폐 위기 신호를 조기에 정확하게 선별하면, 아이들이 호전돼 더 많은 미래의 기회를 찾아줄 수 있잖아요.”

그는 최근에 불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긍정적인 측면을 높이 평가했다. “대중에게 자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자폐 환자의 사회적 통합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림자’ 역시 경계했다.

“드라마가 자폐아가 있는 부모에게 ‘우리 아이와 너무 다르다’는 좌절감을 줄 수 있어요. 그리고 70~80%라는 높은 비율의 ‘기능이 낮은 자폐아와 그 가족’에 대해 여전히 부족한 교육·복지·의료·치료지원 서비스의 확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낮추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우영우와 같은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는 20∼30%다. 현실이 드라마 같을 수 없기에, 드라마에 대한 열광은 결국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이해와 해결책에 대한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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