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휴대전화 압수영장으로 클라우드까지 수색하는 건 위법"

김지환 기자 2022. 8.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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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휴대전화 로그인된 구글 클라우드 통해 증거 확보
1·2심, 일부 증거 인정.. "피해자 보호 필요성 크다"
대법 "기본권 침해 정도 달라.. 별도 영장 받았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뉴스1

개인의 휴대전화·컴퓨터를 압수하기 위해 발부받은 영장으로, 휴대전화와 연동된 클라우드 등 외부 서버까지 압수수색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최근 사기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1차례에 걸쳐 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외에도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아 갚겠다”며 변호사나 재력가 행세를 하는 등 인터넷 등에서 알게 된 피해자들을 속여 415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았다.

A씨의 사기 혐의를 조사하면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한 경찰은 A씨의 은행 거래내역과 통화내역, 메시지 등을 확보했다. 그러던 중 불법촬영물로 의심되는 사진과 동영상을 발견한 경찰은 피해자에게 연락해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지난해 2월 18일 경찰은 A씨의 구글 클라우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이 영장에 ‘압수할 물건’을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진·동영상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외부 저장 매체로 적시했다. ‘수색할 장소’는 A씨의 주거지, ‘범죄사실’은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이었다.

이후 경찰은 같은 달 21일 이 영장에 따라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당시 휴대전화로 구글 계정에 로그인돼 있었는데, 이를 이용해 구글 클라우드에서 피해자들의 불법촬영물을 확인한 후 다운로드하는 방식으로 불법촬영물을 압수한 것이다. A씨 측이 이의제기하자 경찰은 같은 해 4월 12일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경찰이 휴대전화를 위법하게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위 휴대전화는 본인 의사에 반해 영장 없이 압수된 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그 증거능력이 없다”며 “그로 인해 획득한 나머지 증거들 역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1심은 우선 경찰이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불법촬영물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경찰이 사기 혐의로 수사를 하던 중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증거만 압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로운 혐의가 발견됐다면 새로운 영장으로 압수했어야 했고, 사후 영장을 발부받아도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게 1심 재판부의 설명이다.

1심은 이에 따라 임의제출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증거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A씨의 사기와 다른 불법촬영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각각 징역 4개월, 10개월, 10개월을 선고했다.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확보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영향이었다. 1심 재판부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므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예외 법리가 적용된다”고 했다.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2심은 임의제출 휴대전화 등에 대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확보한 불법촬영물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을 당시 해당 클라우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클라우드의 특성을 고려한 결과였다. 클라우드는 통상 외부 서버로 개인 컴퓨터나 휴대전화와는 소재지, 관리자 등에서 차이가 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클라우드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다르다”고 판시했다. 압수수색영장에 ‘외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할 물건으로 특정해야 하며 컴퓨터나 휴대전화만 적혀있을 경우 클라우드는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컴퓨터 내 보관된 전자정보 등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정한 영장을 통해, 그와 연동된 서버에 보관된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최초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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