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검찰청을 가다]① "의약업계 '신종 리베이트' 꼼짝마!".. 의사 출신 검사 포진한 서울서부지검

이미호 기자 2022. 8.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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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범죄 수사력·전문성 '정평'
수사권 조정·검수완박 후 동력 떨어져
어려울 때 빛을 발하는 '특사경 협력'

식품의약, 특허, 조세, 산업기술 유출 등 검사의 수사영역에서 유독 전문성이 돋보이는 분야가 있다. 대검찰청은 일찌감치 전국 각 검찰청에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중점 검찰청’을 지정하고 수사역량을 집중시켰다. 최근에는 각 중점청에 합수단 부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력으로 무장하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중점청 검사’들을 총 7회에 걸쳐 만나본다.[편집자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 압수물 보관실에서 (왼쪽부터) 박혜영 부장검사, 장준혁 검사, 오세진 검사, 전유경 검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검사들이 보는 식품과 의약품의 공통점은 뭘까. 우선 사람이 입으로 ‘먹는다’는 점에서 같다. 즉 먹었을 때 신체에 유해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가 갈린다. 결국 인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입증해야 ‘중대한 범죄’를 밝혀낼 수 있다. 바로 의사 출신 검사들이 포진한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이하 서부지검 식약부)가 주목 받는 이유다.

◇신종 ‘CSO 수법’ 첫 철퇴... “수사력·전문성 뛰어나”

서부지검은 2013년 5월 식품안전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됐다. 당시 학교 앞 불량식품 등 식품안전 불안감이 고조됐고, 부정식품사범을 처벌하자는 여론이 높았다. 이듬해 3월 서울중앙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이 서부지검으로 이관되면서 식품의약안전중점검찰청으로 확대·개편됐다. 이후 2015년 2월 서부지검 산하에 식품의약조사부가 신설되면서 현재의 모습이 갖춰졌다.

식약부는 박혜영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4기)를 필두로 전유경(44기)·오세진(45기)·장준혁(변호사시험 1회) 등 검사 3명과 수사관 4명, 실무관 3명으로 구성됐다.

식약부는 특히 의약업계 리베이트 사건 수사에 역량을 쏟고 있다. 제약사가 의사에게 직접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것이 전통적 리베이트 방식이라면, 최근엔 ‘감성 마케팅’을 빙자한 편법적 신종 리베이트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제약사 직원이 의사를 학회 현장에 직접 데려다 준다거나, 병원 청소를 대신해주는 식이다.

박 부장검사는 지난달 27일 조선비즈와 만난 자리에서 “결국 뇌물죄 성립 여부가 핵심”이라며 “제약 영업대행사(CSO)를 통한 제공 과정에서 과연 수익의 몇 프로까지 리베이트로 봐야 하는지, 공판과정에서도 법리 다툼이 첨예하게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 청소를 해주는 행위 등도 무조건 뇌물 성격으로 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수사팀이 수사도 하지만 이러한 신종 기법에 대한 새로운 법리를 개발하는 것도 우리 몫”이라고 했다.

CSO는 제약사와 판매수수료를 약정하고 그 일부를 의사들에게 제공, 제약사와 의료인 사이에 자금 제공 사실이 없는 것처럼 가장해 수사 및 처벌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앞서 식약부는 2018년 7월, 전국 100여개 병원 소속 의료인들에게 11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영약수액제 전문 제약사 대표이사와 CSO 대표 등을 입건했다. 또 이를 수수한 의약품도매상 임직원과 의사 등 83명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서 징역형 등 유죄 및 행정처분도 이끌어냈다. CSO라는 신종 리베이트 수법에 대해 최초로 검찰이 철퇴를 가한 사건이었다.

또 제왕절개 수술 과정에서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과도하게 투여해 업무상 과실로 산모를 사망케하고 신생아에게 뇌성마비 등 상해를 입게 해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사건(2012년)도 조사부를 거쳐간 검사들이 이뤄낸 성과였다.

이밖에도 무기징역수 형집행정지를 위해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유명 대학병원의 의사를 구속기소(2013년)하면서, 형집행정지 결정시 외부전문가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대검찰청 지침 개정도 이끌어내는 등 제도 개선에도 일조했다.

식품의약업계의 ‘특수부’... 어벤저스 검사들 뭉쳤다

이처럼 서부지검이 식품의약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관기관과 협력이 잘 된다는 점이 있다.

실제 서부지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위해사범조사단, 서울시 광역수사대(의료범죄 수사팀), 서울시 특사경을 전담 지휘하면서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요 식품의약 범죄를 지휘한다.

식품의약 사건 자체가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사건이 많고 사건 초기에 압수수색을 통해 실효적 증거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또 신종 기법이 끊이지 않아 법리 검토 등 유관기관들의 지휘 요청이 수시로 들어온다.

수사력을 인정받은 전문 검사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각 형사부·공판부 등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중견 검사 이상으로 구성됐으며, 주요 사건의 의학적 쟁점에 대해 자문 역할도 하고 있다.

장 검사는 의료사고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 ‘블루벨트’ 인증을 받은 베테랑 검사다. 2014년 가수 고(故) 신해철 사망 사건 수사팀에서 주치의의 의료과실을 적극 입증했다. 서울대 로스쿨 입학 전에는 실제 경북 소재 병원에서 3년간 의사로 일했다.

장 검사는 “학창시절 여성 검시관 히카루가 나오는 만화책에 푹 빠졌다”면서 “사망한 사람들이 남긴 증거를 모아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을 보면서 법의학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로스쿨 졸업 후 법의학 전공으로 의학박사를, 의료법 전공으로 법학석사(LLM)를 취득했다. 2017년엔 대구 희망원 비리의혹 및 인권침해 사건에도 참여하면서 검찰총장으로부터 ‘따뜻한 검찰인상’을 받는 등 피해자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오 검사는 서울대 치의학 석사를 받고 전남 신안군 등지에서 공중보건의사를 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오 검사는 “의학적 결과는 통계학적인 추정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내 스스로가 적극 관여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다”며 “반면 검사 업무는 문제가 의심되는 부분은 적극 파헤치고 해결해 나가는 부분이 가슴을 뛰게 한다”고 말했다.

전 검사는 대검 범죄수익환수 우수검사로 선정되는 등 ‘범죄수익환수’ 관련 정책과 실무에 능통하다. 2018년 대포통장 유통 조직원의 통장 판매대금을 최초로 환수한 사건을 수사했다. 식품의약품 관련 사건 수사에 필수적인 ‘디지털 증거’와 관련해 전문성이 탁월하다.

전 검사는 “여전히 범죄수익환수에 대한 법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식품의약분야도 최근 환수 적용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오세진, 전유경, 장준혁 검사와 박혜영 부장검사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수사 환경 녹록지 않지만...특사경 협력 강화”

하지만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사실 대검찰청에서 중점 검찰청을 지정한 이유가 ‘전문성을 살려 적극적으로 직접수사하라’는 취지였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 권한이 대폭 줄어든 것은 아쉬운 점이다.

특히 식품의약범죄는 경찰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의료사고의 경우, 실체적 진실을 제때 규명하지 못하면 부수적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절실하다.

장 검사는 “신해철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도 있고 양측 관계가 좋았다. 사건 초기부터 사실 구성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처음부터 경찰과 논의를 했고 그렇게 수시로 회의하다가 결국 마지막 대법원 단계까지도 큰 문제 없이 쭉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는 경찰이 우리에게 처음부터 와서 물어볼 수도 없고 우리도 사건을 가져와 보라고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사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식품의약품 사건은 국민 생활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아이템을 발굴하고 특사경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수완박에도 특사경이 검찰 조사나 수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낮은 단계의 합동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박 부장검사는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각종 부정·불량식품 제조, 불법 의약품 유통 사범 등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사범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를 위해 “서부지검을 중심으로 특사경 조직과의 협력체계를 심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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