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강훈식 뭉치면 '어대명' 판 깨질까..역대 단일화보니
새누리당 대표 선거에선 비박이 친박 못 이겨
'어대명' 막강..박용진·강훈식 시너지는 '의문'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본경선이 3파전으로 치러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세론에 맞설 97그룹 박용진·강훈식 후보간 단일화 논의에 시동이 걸렸다.
최대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박, 강 후보 단일화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이 후보의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있을까 여부다.
두 후보는 단일화 시기와 방식 등을 둘러싸고 이견차가 크지만, 지금의 3파전 구도로는 승리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반드시 단일화를 통해 이 후보와 1대1 맞대결 구도를 성사시켜 막판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역대 주요 선거 사례를 보면 단일화가 꼭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았다. '1+1=단일화' 방정식이 반드시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7월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단일화가 이뤄진 것은 15대 김대중-김종필, 16대 노무현-정몽준, 18대 문재인-안철수, 20대 윤석열-안철수 후보 등 총 네 번이다. 이 중 세 단일화 후보가 상대 진영 후보를 꺾고 대통령이 됐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후보의 ‘DJP 연합’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첫 대선후보 단일화 성공 사례다. 호남·충청과 진보·보수 연대에 힘입은 김대중 후보는 득표율 42.07%로 38.74%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이겼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도 사실상 단일화에 이르렀다. 선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약세였던 노 후보는 정 후보와 단일화 이후 지지율에서 첫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비록 정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두고 ‘노무현 지지 철회’를 선언했지만 노 후보는 득표율 48.91%로 이 후보(46.58%)를 제치고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정 후보의 지지 철회 선언이 오히려 노 후보 측 진영의 결집력을 강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20대 대선에서는 선거일을 6일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우여곡절끝에 단일화를 이뤘다. 윤 후보는 3월9일 대선 결과, 0.73%p차이라는 접전 끝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신승을 거뒀다. 다만 단일화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표심이 윤 후보에게 갔는 지 이 후보에게 갔는지 정확한 파악이 어렵게 되면서다.
성공적인 단일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했지만 끝내 패배했다. 실패 요인으로 두 후보간 정치적 ‘불협화음’이 지목됐다.
두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갖고 갈등을 거듭한 끝에 안 후보가 사퇴하면서 단일화가 되기는 했지만, 이른바 '아름다운' 합의를 통해 이뤄지지 않은 단일화는 안 후보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투표 결과, 문 후보는 48.02%, 박 후보는 51.55%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당대표 선거를 보면 본경선에서 후보들이 단일화한 사례는 드물다.
민주당은 2015년 1차 전당대회부터 2020년 4차까지 당 대표 선거를 3파전으로 치렀다. 지난해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에서도 당 대표 후보간 단일화는 없었다. 당 선거의 경우 세력과 구도의 대리전 개념보다는, 후보 개인에 대한 역량에 따라 세력간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단일화 이슈가 대선처럼 강력한 변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전신 새누리당의 2016년 4차 전당대회에서는 ‘비박계’(비박근혜계)가 주호영 후보로 단일화하면서 비박계 대 친박계(친박근혜계) 1 대 3 구도를 형성했음에도 친박계 이정현 후보가 당선됐다. 비박계의 단일화에도 불구, 당심 장악력에서 높은 지지율을 형성했던 친박계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당시 당 대표뿐 아니라 지도부 다수를 차지한 친박계는 한동안 새누리당 주도세력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이후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다 권력쟁취를 둘러싼 자중지란을 겪으면서 적폐로 몰리면서 정치적으로 존재감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다가오는 민주당 당대표 본경선에선 박,강 후보가 단일화해도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이 후보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에 예비경선을 할 때 민주당 당원들이 ‘강력한 민주당’을 원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며 “강력한 민주당을 원한다는 얘기는 이 후보로 간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정부가 지금 지지율이 30%밖에 안 된다. 정권 초기에 지지율 30%면 국정 운영이 안 된다는 얘기”라며 “(따라서 야당인) 민주당이 잘해야 된다는 것은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 후보의 강력한)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치적 스토리텔링과 정체성 등에서 이질감이 있는 박, 강 후보의 단일화의 파괴력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 후보와 강 후보) 두 사람은 ‘정치 역정’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나이가 비슷하다는 이유(‘97그룹’)로 단일화한다는 것은 후진적”이라며 “(두 후보는) 단일화가 아니라 각자의 역량, 각자의 정치 이미지, 정책을 놓고 국민들하고 소통할 시간이다. 그게 전당대회가 갖고 있는 강점”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 책임에다 대장동 의혹 등 사법적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이 후보의 정치적 한계에 따라 혁신과 참신성을 앞세운 97세력의 새로운 지도부 등장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도 있다.
수도권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도로 이재명 당이 될 경우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에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상당수 당심과 민심을 역행하는 결과"라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전략적 판단아래 윤석열 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비판하며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새로운 민주당의 출현을 바라는 요구도 많다"며 박, 강 후보간 단일화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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