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불 지피는 '한미일 안보협력'..'군사훈련'은 글쎄?
일단 "포괄적 안보 차원서 '수색구조훈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
그러면 그 이후에는?…"군사훈련 확대는 국민적 정서 고려해 신중히 검토"
미국은 중러 견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원한다는 '각자의 속내'
한반도 정세 파란 속 커져 가는 딜레마, 현명한 판단과 냉철한 결정 필요
한미 국방장관들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회담을 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향후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이 한참 전부터 북한과 함께 중국까지 견제하려는 목적을 염두에 두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강조해 온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미동맹 강화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일단 이러한 기조를 따라가고 있고, '군사훈련'까지도 논의가 닿을 전망이다.
국방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지만 북한과의 '강대강' 구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딜레마가 점점 커지고 있다.
"수색구조훈련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은 포괄적 안보…전폭적 참여"
본래 '안보'는 '국방'의 상위개념이며 '국방'은 '군사'의 상위개념이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군사안보와 함께, 식량과 환경 같은 분야에서도 위기가 찾아오면서 이른바 '신안보' 개념이 중시되고 있다.
쉽게 말해 전쟁에서 적과 싸워 이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전쟁이 없는 상태에서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또한 안보 개념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가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이 일반화됐다.
이 관계자는 "해상 수색 및 구조훈련(SAREX)이라든가, 재난재해 인명구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은 포괄적 안보 분야에 속하므로 당연히 전폭적으로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애시당초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협력'이라고 언급한 점에서 알 수 있듯, 인도적 차원에서의 훈련만 있지는 않다. PSI부터가 그렇다. PSI의 기본 목적은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이 어느 한 나라나 세력에서 다른 나라나 세력으로 이전되는 일을 중간에서 차단하는 일이다. 당연히 북핵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어느 정도 군사적 성격도 띤다.
문제는 한미'일'…안보협력 강화된다면, 군사훈련도? "사안별로 잘 검토"
일단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은 이번 달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기 위해 열리는 다국적 연합훈련 '퍼시픽 드래곤'에 참여하는 등, 참여할 명분이 비교적 뚜렷하고 한미일 이외의 다른 나라들까지 오는 다국적 연합훈련에서는 종종 얼굴을 마주치고 있다.
이런 훈련들에만 참여한다면 문제는 덜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미일이 '안보협력 강화' 기조를 강화한다면, 군사적 목적을 띤 훈련까지도 논의가 확장될 수밖에 없다. '안보협력'이라는 말만 들어도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지만 당연히 한국에서는 국민적 거부감을 사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도 이를 모르는 바 아니다. 기자들과 만난 관계자는 "군사훈련 등 연합훈련을 확대하는 부분에서만큼은, 우리의 국민적 정서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신중한 검토를 통해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미국에)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군사적 성격에 관련돼 있는 훈련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고, 사안별로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훈련들의 성격을 잘 고려하고 검토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제정세 '파란' 상황에서 수용도 거부도 힘들다…한국의 딜레마
딜레마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한일은 말할 것도 없으며 한미일 3국이 진행한다고 해도, 연합훈련은 어디서 어떻게 하든지간에 국내적 반발을 사기 쉽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을 연설에서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점에서도 알 수 있듯, 한반도 정세가 이른바 '강대강'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3국 안보협력에 대한 미국의 요구 또는 관련 움직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처할 능력은 중요하다. 그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일본과 공조해서 관련 훈련을 하더라도 반발을 사기 쉽다. 하지만 반발이 있다고 협력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더욱이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은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물론, 나아가 중국까지 견제해야 한다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데, 한미일 안보협력은 그 목적에도 들어맞는다.
그러잖아도 오스틴 장관은 이번 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체제 경쟁국(systemic competitors)들의 공격에 맞서 우리의 억제태세를 어떻게 더 강화할 수 있을지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한 터다. 쉽게 말해 이 나라들에 맞서려면 한미가 더욱 결속되어야 한다는 얘긴데,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도 그 방법 중 하나다.
이를 빌미로 '집단적 자위권' 등을 강화하려 할 수 있는 일본의 속셈 또한 우리가 감안하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변수다. 결국 딜레마를 피해가려면 정확히 어떤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지 세밀하게 분석한 뒤, 정세에 미칠 영향과 함께 국민들을 설득할 방안 등까지 계산한 냉철한 결정이 필요하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은 "전시 군수지원 분야에서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로서 일본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전투 분야에선 일본은 효용성이 크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크다"며 "3국 안보협력 강화는 필요하지만, 어디에서 선을 긋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현 정부에서도 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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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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