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이준석 수사' 누가, 왜 압박하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공소시효 도과 등 난관에 봉착했지만, 결론을 내지 않고 계속해서 수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경찰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통상 공소시효가 만료한 사건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 법률 검토만으로 기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대표 사건 관련해서는 입증이 될 때까지 '기우제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의 이 같은 무리한 수사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관련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까지 된 만큼 여권 내 이 대표 반대파 입장에서는 수사 결과를 통해 징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 대표의 복귀를 원천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하는 것과도 맥락이 맞닿아 있다.
특히 최근 이른바 '텔레그램 메시지 파동'으로 이 대표 징계 배경에 '尹心'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대표를 수사 중인 경찰에도 압박이 가해진 모양새다. 이에 더해 현 서울경찰청장이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내부에서 경쟁하고 있을 때, 이 대표 사건 수사 책임자에게 수사 독려성 발언을 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정치 경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 '알선수재' 입증 주력…공소시효 벽 깨기 위해 김성진 '입'만 보나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대표와 관련해 제기된 혐의들 중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나머지 혐의들은 모두 입증이 불가능하거나, 입증의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해 제기된 혐의는 성매매, 알선수재, 증거인멸교사 등이다. 이 대표가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로부터 2013년 7월~8월 두 차례 성 접대(성매매)를 받았으며, 대가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특가법상 알선수재) 했고, 최근 김철근 전 정무실장을 시켜 핵심 참고인을 만나 '성 접대는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아왔다(증거인멸교사)는 것이 골자다.
이 중 성매매는 공소시효가 5년으로 혹여 성매매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더라도 공소제기는 불가능하다. 입증의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증거인멸교사의 경우 경찰은 범인도피 혐의 적용이 더 적합하다고 보고 혐의를 변경해 김 전 실장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또한 김 전 실장이 주 피의자이고, 이 대표까지 처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대표가 김 전 실장에게 "증인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라"고 지시한 사실까지는 인정했지만, 그 외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대법원은 범인도피 사건 관련 판례를 통해 '참고인이 경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한 경우라도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가 아니라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등 처벌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보고 있다. 해당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 대표 뿐만 아니라 김 전 실장에 대한 처벌도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입증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소시효'의 벽에 부닥쳤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성 접대 시점은 2013년 7~8월이고, 그 대가(알선)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 역시 같은 해 11월 이뤄졌다. 알선수재 공소시효가 7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2020년 11월 시효가 도과됐다.
반면 김 대표 측은 이후에도 접대를 진행했고, 마지막 접대가 2016년인 만큼 접대 행위 전체를 포괄일죄로 묶으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포괄일죄를 적용하려면 모든 접대 행위가 '단일한 범죄 의사'를 갖고 이뤄져야 한다. 이미 2013년 11월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앞선 접대와 이후 접대의 성격은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 법리적으로 포괄일죄 적용은 불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공소시효의 벽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김 대표가 전체 접대를 관통할 이 대표의 '알선' 행위에 대해 추가로 진술해야만 한다. 하지만 김 대표가 이미 변호인을 통해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그 대가였다고 밝힌 데다가, 2014년 이후 이 대표가 당과 갈등을 겪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그 같은 진술은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경찰은 계속 김 대표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사실상 공소시효의 벽을 깰 진술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기우제식' 수사인 셈이다. 수사가 진행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지난 28일에서야 김 대표와의 세 번째 접견이 이뤄졌고, 경찰 등에 따르면 앞으로도 수차례 접견이 이어질 예정이다. 경찰이 시간을 끄는 사이 김 대표 측을 통해 "이 대표와 성 기능 약을 나눠먹었다"는 식의 혐의 입증과는 관계 없는 언론 브리핑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무리한 수사 배경에 윤핵관?…서울청장, 경찰청장 자리 두고 경합 중 수사 책임자 질책
경찰이 계속 이 대표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뭘까. 경찰 내부에서는 그 배경으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지목하고 있다. 윤핵관이 경찰 윗선을 통해 수사팀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이 대표가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당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복귀 전 징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추가 징계 및 퇴진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 또는 '검찰의 기소' 등의 결론이 필요한 상황과 연결돼 더욱 증폭된다. 추후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수사기관의 기소 결론 자체만으로도 이 대표에겐 재기가 불가능한 치명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김광호 서울청장이 취임 이후 지난달 13일 서울청 소속 수사 부서들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수사 책임자인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에게 "왜 이준석 사건은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를 하지 않았느냐", "법리 검토는 제대로 한 것 맞느냐"는 취지로 공개 질책 및 수사 독려성 발언을 한 점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해당 업무보고가 있던 당시 시점은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두고 김 서울청장과 윤희근 현 경찰청장 내정자 등이 경합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윤핵관들이 김 서울청장과 윤 경찰청장 내정자를 각각 밀고 있다는 소문이 경찰 내부에서 파다했다.
앞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이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이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경찰 조사에서 인정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언급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 '추가 징계'와 '조기 전당대회'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대표가 경찰 조사에서 혐의가 입증돼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들이었다.
더불어 최근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징계에 의한 이 대표의 부재를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시각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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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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