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떻게 되는거야?" 정치는 없고 질문만 넘치는 국힘
모두가 나서 한 마디씩 보태고 있지만 현행 당헌당규에 딱 들어맞는 대안이나 공감대 확보가 확실한 카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도체제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정치는 실종되고 혼란만 남은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이다.
31일 하루 동안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줄줄이 사퇴를 선언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사퇴 의사를 전했다. 앞서 29일에는 배현진 최고위원이 지도부 중 처음으로 사의를 밝혔다. 김용태 최고위원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저 대통령실의 의중만을 살피고 눈치 보기에 바쁜 정치인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큰 흐름은 이미 정해졌다. 지난 8일 이준석 당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나오고 권 대행이 '원톱' 체제로 당을 수습한지 채 한 달도 안돼 벌어진 일이다.
비대위 체제로 간다! 선언은 있지만…당헌당규 해석부터 안된다
문제는 '비대위 체제로 간다'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지점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점이다. 당헌당규는 '최고위가 기능을 상실할 경우' 혹은 '비상상황' 시 비대위 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9명 중 과반 이상이 사퇴한 것을 기능상실이라고 볼 수 있냐는 반론과 현 상황이 지도체제 개편을 통해서만 돌파 가능하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결원은 임명을 하면 되고, 지도부 내에서도 현재 비대위 체제 개편이 필요한 비상상황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최고위가 해체될 때는 위원 전원이 사퇴했었다.
당헌당규가 현행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권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당 기조국은 관련 해석에 들어갔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막중한 임무를 떠안고 당황해하는 기류가 읽힌다. 일각에서는 당헌당규를 고쳐 비대위 체제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고치자는 주장도 내세운다. 그러나 당장 이를 위한 전국위 소집 계획은 논의되지 않은 상태다.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비대위를 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정당은 정치를 위해 조직된 결사체이고 당헌당규는 일종의 원칙 규범이니 이런 세세한 상황까지는 담지 않은 것"이라면서 "현 갈등의 당사자들이 다들 명분이 약하다보니 정치력 확보가 안되고, 결국 당헌당규만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석의 영역'은 그나마 낫다…'정치의 영역'은 곳곳이 다 물음표
그나마 당헌당규는 '해석의 영역'에라도 머물고 있지만, 비대위의 성격과 전대 시기 등 철저히 '정치의 영역'에 있는 결정사항들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을 위시한 당내 친윤그룹은 비대위의 역할을 '조기 전당대회 준비위' 성격으로 꾸린 뒤 공천권을 가진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임시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초단기 비대위는 더 나쁜 발상(조해진 의원)"이라며 일단 복귀가 가능한 '사고' 상태인 이준석 당 대표가 돌아올 때까지만 역할을 한정한 비대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징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사법 대응 카드를 꺼내지 않았던 이 대표가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으로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 체제 전환이 이 대표의 징계 후 복귀를 원천적으로 막는 조치이기 때문에 '6개월 당원권 정지'를 결정한 당 윤리위 결정을 초과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선출직 당 대표 권한 자체를 소거한다고 볼 수 있다. 한 율사 출신 의원은 "법원이 정당 이슈엔 개입 안하는 분위기지만, 복구가 불가능한 피해가 있다고 판단하면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떤, 언제까지' 비대위냐도 안갯속…"'윤핵관' 대리인, 위원장 안돼"
우여곡절 끝에 시기와 성격을 정하고 비대위 출범까지 의견이 모아지더라도,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는 현실의 벽과 엇갈린 셈법이 추가적인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당의 현재 내홍이 일종의 권력다툼으로 비치는 상황에서 '객관적 중립'의 외관을 띤 비대위원장을 찾아야 하는데, 권한도 없이 책임만 무거운 위원장직을 선뜻 맡을 인물을 외부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 '윤핵관'의 압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주는 내부 인사를 선별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권성동 대행이 결국 윤핵관 간 권력다툼에서 장제원 의원에게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인데, 비대위원장이나 위원 구성이 장 의원의 지시를 받고 의중을 살피는 식으로 되서는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라며 "다들 이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 개편 논의가 윤핵관 간 경쟁으로 비치는 순간, 이 모든 갈등과 고생들이 최악의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창당에 버금가는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하는데, 공천권을 가진 당 대표를 선출하는 작업과 비대위 전환이 맞물려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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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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