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외국인 고용제'.."특별법 만들어 인력지원"
[농촌 일손부족 해법은]
국회 토론회 주요 내용
일꾼 구하기 갈수록 어려워져
비용 탓 불법체류자 등에 의존
위성곤의원실 ‘법안 초안’ 발표
수급 관리·인건비 지원 등 담아
비용 직접 보조 여부 쟁점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7월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총인구는 5173만8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9만1000명 감소했다. 대한민국에 닥친 인구 감소와 노령화 현실을 한발 앞서 맞고 있는 농촌지역은 이미 인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은 같은날 국회에서 ‘농어업인력지원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농업분야 외국인 근로자 고용 현실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불법체류 외국인 의존 농업생산=농사현장에서 일손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계화와 외국인 근로자 활용으로 답을 찾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밭농사에 쓸 수 있는 기계는 제한적이고 농가 입장에선 외국인 근로자 고용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국민의 식탁에 오르는 국산 채소·육류는 누가 생산하고 있을까.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다. 농가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기간을 ▲1개월 미만 ▲1∼3개월 ▲3∼6개월 ▲6개월 이상으로 구분했을 때 3개월 미만 인력은 현행 제도로 고용이 불가능하다. 고용허가제는 연중 고용을 전제로 운영하고,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3개월 또는 5개월 기간으로 비자를 발급한다.
엄진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가에서 1개월 미만 또는 1∼3개월 단위로 고용하는 외국인은 불법체류·불법취업한 미등록 근로자로 봐야 한다”면서 “1개월 미만으로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수는 4만9651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3개월 이상 인력을 연속 사용하는 농가도 비용 등 여러 이유로 미등록 근로자를 고용한 경우가 적지 않아 전체적인 불법 인력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고용제도 현실 안 맞아=정부의 농업분야 외국인 고용 프로그램은 두가지다.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 법무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영한다.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로 출범한 외국인 근로자 제도가 불법송출비리 등 문제를 겪으면서 2003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4년10개월 동안 인력을 계속 고용해야 하는 고용허가제는 축산농가나 일부 시설농가에만 해당하는 제도란 지적이 많다. 일반 경종농가들은 농한기까지 인건비를 지급하면서 인력을 고용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다.
이에 따라 고용허가제에 ‘근무처 추가 제도’를 보완하고 2015년 계절근로자 제도를 별도로 도입했지만 현장에서 원하는 외국인 인력 공급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 많다. 초단기 인력 수요가 높은 농민들이 사설업체를 통해 미등록 외국인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덕상 국제농업협력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농가들은 인력 운영절차나 운영의 책임성 때문에 합법적인 제도 자체를 기피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불법체류자 고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엄 연구위원도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 고용의 장기적 시각이 부재한 상태에서 제도가 운영돼왔다”며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을 개정하거나 농업인력 지원 법률을 별도로 제정해 고용인력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문제, 특별법으로 대응을=토론회에선 이호중 위성곤의원실 보좌관이 ‘농어업인력지원특별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현행 외국인 근로자 제도로 농업인력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지적이 높은 가운데 특별법 제정으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서다.
특별법안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초안으로 ▲농업인력 지원 기본계획 수립 ▲농업인력지원센터 등 농업인력 수급 관리 ▲농업인력 근무환경 개선 ▲농업인력 지원을 위한 정책 기반 조성 등을 뼈대로 한다. 법안엔 농업경영체가 부담하는 농업인력 인건비를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하는 내용도 담길 수 있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농업인력 운용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에서 종합적인 농촌 고용인력 지원체계 등을 다루는 별도 법률의 제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농업부문의 인력수급 불일치가 더 악화될 경우 식량이라는 필수재를 생산하는 농업 기반이 와해될지도 모르는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별법 쟁점 등=소개된 특별법 초안을 두고 전문가와 부처 관계자들 사이에선 농업인력 인건비 지원 여부 등이 쟁점으로 논의됐다. 이덕민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장은 “인건비 직접 보조는 고임금 고착 등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사무총장도 “지자체가 농업인력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농어업인력지원센터에서) 농가로부터 받는 인건비 상한을 정하고 초과 인건비에 대해 센터 등에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해보인다”고 했다. 반면 일부 참석자는 “지역에서 지자체·농협 협력사업으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고임금이 고착되기보단 농가 부담을 줄이고 인건비 수준이 안정화되는 순기능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외국인 근로자 배정 규모와 시기를 정할 때 농가 의견을 수렴·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승현 농협중앙회 외국인력지원팀장은 “품목별 대표 농민 또는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해 외국인 배정 규모와 시기를 정하고 영농현장 인력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조치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홍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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