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19) 역(逆)환율전쟁

2022. 8. 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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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유행이 있듯이 환율정책에도 유행이 있다.

통화가치, 즉 환율이란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한 상대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석유같은 에너지는 물론 농작물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환율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더욱 취약하다.

한편 요즘처럼 국제 정세가 불안할 때 환율은 투기나 가수요에 의해 급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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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올라 통화가치 하락하면
수출경쟁력 향상 등 경제성장
각국 최근엔 ‘물가 잡기’ 중점 
환율 떨어뜨리기 경쟁 불붙어 
잇단 금리인상…신흥국 불리
탄탄한 경제 기초체력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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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유행이 있듯이 환율정책에도 유행이 있다. 아주 드물게 유행이 바뀌지만 한번 바뀌면 아주 훅 바뀐다.

환율정책의 오랜 유행은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과 고용이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냉장고를 10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고 하자. 환율이 1달러당 1100원일 때는 11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환율이 1300원으로 오르면 삼성전자는 두개의 옵션을 갖는다. 하나는 애초 가격인 1000달러에 팔아서 수익 130만원을 취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판매가격을 846달러로 낮춰도 원화로 쥐는 돈은 같은 110만원이니 가격을 내려 수출량을 늘리는 전략이다.

문제는 모든 나라가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수 없다는 점이다. 통화가치, 즉 환율이란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한 상대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은 어떤 나라의 통화가치는 올라간다는 뜻이다.

각국은 저마다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쟁을 벌여왔다.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해 환율전쟁이란 말이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판도가 180도 바뀌었다.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높이려고 각축하는 것이다. 예전과 정반대라서 역(逆)환율전쟁이라 부른다.

이같은 극적인 변화는 세계 경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단연코 물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한목소리로 “물가 대응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환율을 인상해서 수출을 늘리는 공격축구보다는 환율을 하락시켜서 물가 급등을 막는 수비축구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가를 잡으려면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져서는 안된다. 환율이 1달러당 1100원에서 1300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예전에는 100달러짜리 외국 옷을 살 때 11만원을 내야 했지만 이젠 13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석유같은 에너지는 물론 농작물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환율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더욱 취약하다.

역환율전쟁의 대표적 무기는 금리 인상이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자 미국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한때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상대국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게 된 이유다.

역환율전쟁은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훨씬 큰 부담이 된다. 신흥국 가운데 상당수는 달러로 표시된 외화부채가 많으며 특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많이 늘어났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자국 통화로 환산한 부채 상환 부담이 급증해 채무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1982년과 1994년 멕시코, 1997년 한국이 그랬다.

한편 요즘처럼 국제 정세가 불안할 때 환율은 투기나 가수요에 의해 급변할 수 있다. 달러 가치가 연일 치솟는 지금 신흥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직접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금리 인상이나 통화량 회수로 물가 상승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환율 방어를 위해 정부가 가진 달러, 즉 외환보유액을 꺼내서 외환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6월말 한국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10월에 비해 6% 이상 줄어든 이유다.

한국은 외화부채가 위험할 만큼 많지 않으며 외환보유액도 크게 부족하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통화스와프 같은 안전판을 이중으로 마련하고, 경제 기초 체력을 탄탄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역환율전쟁이라는 새로운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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