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부터 학원 뺑뺑이 돌리나"..조기입학에 '돌봄공백' 걱정

장예지 2022. 8. 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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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살에서 만 5살로 당기는 것을 뼈대로 한 정부 학제개편안이 알려지자 맞벌이 부부 등 돌봄 공백 문제에 당면한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생 딸을 키우며 지난해 6월 둘째를 출산한 직장맘 박아무개(33)씨는 "돌봄교실을 추첨으로 20명을 뽑는다. 추첨에서 떨어지면 조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학원 뺑뺑이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라며 "육아휴직을 못 쓰는 경우도 많고, 회사를 그만두는 워킹맘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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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만 5살 초등입학' 논란]유아교육과 다른 초등 오후 '돌봄공백' 앞당겨질듯
'직장맘' 경력단절 가속·조부모 양육부담 가중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살에서 만 5살로 당기는 것을 뼈대로 한 정부 학제개편안이 알려지자 맞벌이 부부 등 돌봄 공백 문제에 당면한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 인력 확충을 위해 조기취학을 서두르지만, 정작 직장맘의 경력단절 현상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많은 맞벌이 부부들은 31일 <한겨레>에 “자녀의 입학 시기가 앞당겨지면 그만큼 돌봄 공백에 대한 고민도 빨라진다”고 걱정했다. 어린이집·유치원은 종일반의 경우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봐주지만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돌봄교실’에 들어가지 못하면 낮 1~2시 이후 누군가 아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아이를 낳은 황아무개(32)씨는 “유치원은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은 하교 시간이 빨라 휴직을 할 수밖에 없는데, 학제개편안이 시행되면 계획보다 육아휴직도 1년 앞당겨야 한다”며 “휴직 기간 동안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휴직마저 못 쓰는 부부들은 태권도장이나 미술학원도 더 빨리 보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둘째가 2020년 6월생이라 2018년 11월생인 첫째와 1년 터울로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현아무개(34)씨는 “지금은 어린이집을 하원한 오후 4시 이후에 시부모님이 도와주시는데, 초등학교를 1년 빨리 보내면 그만큼 부모님 부담이 더 커지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돌봄 공백은 그동안 워킹맘의 경력단절 원인으로 지목돼 왔는데 이번 개편안 때문에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적 돌봄 체계인 초등돌봄교실이 있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모든 부모가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내놓은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 방안’을 보면, 2020년 11월 수요조사에 응한 초등학교 재학생 및 예비취학아동의 보호자 104만9607명중 45.2%인 47만명가량이 돌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 2020년 당시 실제 돌봄교실을 이용한 학생 수는 25만6213명에 그쳤다.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생 딸을 키우며 지난해 6월 둘째를 출산한 직장맘 박아무개(33)씨는 “돌봄교실을 추첨으로 20명을 뽑는다. 추첨에서 떨어지면 조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학원 뺑뺑이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라며 “육아휴직을 못 쓰는 경우도 많고, 회사를 그만두는 워킹맘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맘카페 등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도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2021년 4월생 자녀를 키우는 한 워킹맘은 “최소한 어린아이들 돌봄 시스템은 완벽히 구축해 놓고 입학 연령을 하향해야 하는 것 아니냐. 초등학교 입학 앞두고 퇴사하는 엄마들 넘쳐나는데 정책이 역행하는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밖에 “아기 돌 전에 1년 육아휴직을 써서 쓸 육아휴직도 없다. 여성 퇴사가 더 일찍 당겨질 것 같다”, “8살 아이들도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하는 학원 뺑뺑이를 힘들어하는데 만 5살 아이들이 어떻게 하느냐. 친정, 시가 어디에도 애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 부모들 피를 말리는 것 같다”는 글도 이어졌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는 “정부 정책이 여러모로 잘 준비되지 않은 채 나왔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도 초등학교 저학년에 대한 오후 3시 하교 등이 제안됐는데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돌봄 확대와 체계화 등 대안이 마련돼 함께 논의가 이뤄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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