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냐 4명이냐, 비대위 요건 놓고 내부 이견
비대위 거쳐 조기 전대 추진땐 이준석, 법적조치 나설 가능성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요건에 대해서도 이견(異見)이 분출하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뿐 아니라 당내 중진의원들도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 96조는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궐위’가 아니라 ‘사고’로 정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비대위로 전환하려면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이라는 또 다른 요건이 충족돼야만 한다.
문제는 당헌에서 말하는 ‘최고위 기능 상실’ 기준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당초 당 사무처와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측 최고위원 등은 ‘최고위 기능 상실’은 최고위원 전원 사퇴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당 사무처는 이 같은 해석을 아직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지금껏 한 번도 최고위원 일부만 사퇴했을 때 지도체제가 바뀐 적이 없다”며 “갑자기 전례를 깨는 해석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친윤계에선 최고위원 7명 가운데 과반인 4명이 사퇴하면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 대행도 지난 29일 이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비대위 전환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지금까지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당연직 최고위원인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사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도 또 다른 쟁점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지명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권한대행만 가능하다. 이대로만 해석하면 ‘직무대행’인 권성동 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없는 것이다. 이 대표 측 김용태 최고위원은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대위원회장을 임명할 권한도 명분도 없다”고 했다.
여기에 당 전국위 의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의 반발도 변수다. 서 의원은 본지에 “지금 우리 당 상황이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며 “당헌·당규를 찾아봐도 비대위 구성할 명분과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고 했다. 만일 전국위 의장인 서 의원이 끝까지 비대위원장 임명을 반대하며 의결을 하지 않을 경우에 비대위는 출범할 수 없다.
국민의힘 지도 체제가 비대위로 전환되면 새 대표를 뽑기 위한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대표는 비대위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할 경우 자신의 복귀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에 법적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미경 최고위원은 “(전당대회를 하면) 이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가 아니라 사실상 ‘제명’된 것과 같게 된다”며 “원래의 징계 효력에 맞지 않기 때문에 법률적인 가처분 대상이 된다”고 했다. 반면 법조계 출신인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당 지도 체제에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법원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지도 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데 대해 “저자들의 우선순위는 물가 안정도 아니고, 제도 개혁도 아니고, 정치 혁신도 아니다”라면서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 탐욕에 제정신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니냐”고 했다. 나즈굴과 골룸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탐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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