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표지석도 없는 대한제국의 駐淸 공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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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을사늑약으로 문닫아… 佛은행에 팔린뒤 철거돼
정부가 오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대한제국의 주청(駐淸) 공사관의 매입 과정, 위치 등을 고증하는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관련 서적을 발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학계에서 주청 공사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처음이다. 당시 공사관 건물은 철거된 상태지만 표지석 설립 등 역사 복원을 위한 사전 조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제국 주청 공사관 터는 청나라 말기 각국 외교 공관 건물이 모여 있던 중국 베이징 천안문 동쪽 둥자오민샹(東交民巷) 거리에 있었다. 사료에 따르면 대한제국 주청 공사관은 1903년 봄 이 거리 34호 건물에 들어선 뒤 약 2년 8개월 동안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둥자오민샹 34호에는 어떤 표지석이나 안내판도 없다. 2001년 중국 정부가 ‘전국 중점 문물 보호 단위’로 지정할 때도 ‘프랑스 인도차이나은행 건물 구지(舊址)’로 등록됐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에서 ‘둥자오민샹 34호’를 검색하면 ‘인도차이나은행 건물’이라는 설명만 나온다. 지금은 베이징시 공안국이 사용하고 있다.
대한제국은 1899년 청나라와 한·청 통상조약을 체결하고 베이징에 외교관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어 1901년에는 전 미국 주청 공사 찰스 덴비 소유로, 미국 공사관이 부속 건물로 쓰던 곳을 샀다. 수리를 거쳐 1903년 4월 대한제국 공사관이 이곳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1905년 을사조약 이후 인도차이나은행에 매각되며 공사관 건물이 헐렸고, 1917년 그 자리에 현재 3층짜리 벽돌 건물이 들어섰다.
대한제국 주청 공사관 설치는 청나라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치였다. 조선 말 학자 황현의 ‘매천야록’에 따르면 고종은 당시 건물 구입과 수리에 15만원 내탕금(왕실 예산)을 지원했다. 그 이유에 대해 황현은 “처음으로 청나라와 대등하게 됐으며 임금(고종)은 사신의 치레가 너무 간략해 청나라인들의 웃음거리가 될까 걱정했다”고 전했다.
주청 공사관이 본국에 보낸 보고에 따르면, 공사관은 압록강, 두만강 일대에서 벌어지는 양국의 국경 분쟁 관련 정보를 수집, 보고했다. 일본군에 의해 톈진 공관이 훼손된 일에 대해 일본 측과 배상 합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청 공사관은 1905년 을사조약으로 일본이 대한제국 외교권을 박탈하면서 문을 닫았다.
주청 공사관이 본국에 보낸 마지막 보고는 1905년 12월 14일이었다. “(1905년) 12월 13일 주청 일본 공사관이 사람을 보내와 한국의 일체 외교 교섭 사무는 일본 외무성이 담당하니 주청 공사관 사무와 이전 교섭 문건 일체를 넘기라고 요청한 바, 이에 대해 훈시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주청 공사관 건물은 대한제국 공사관 터에서 불과 200m 떨어져 있다. 현재 ‘구 일본 공사관’이라는 설명판이 붙어 보존돼 있다. 반면 대한제국 공사관은 프랑스 인도차이나은행에 매각돼 사라졌다. 은행은 기존 건물을 헐고 1917년 현재 사용하는 건물을 세웠다.
정부 일각에서는 주청 공사관 부지를 대한제국 주미(駐美) 공사관 건물처럼 일부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제국이 188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구입한 주미 공사관 건물은 일본에 의해 팔렸다가 2012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을 통해 재매입돼 복원됐다. 그 결과 미국 내 대한제국 외교 관련 사료를 추가 발굴하는 계기도 됐다. 다만 건물이 남아있던 주미 공사관과 달리 주청 공사관은 터만 남았고, 개인이 아닌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최근 한중 양국 관계가 긴장된 상황에서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역사, 문화 교류 차원에서 표지석 설치, 사료 발굴 등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홍성림 재중항일역사기념사업회 이사는 “주청 공사관 터나 베이징 내 항일독립유적지에 한국 관련 안내 표지 등을 세워 양국 역사에 대해 더 널리 알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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