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하나… 중국군은 실탄사격 훈련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2. 8. 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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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순방 시작… 美·中 긴장 고조
펠로시 의장, 출발 직전까지도 대만 방문 여부 명확히 안 밝혀
美는 항모 기동·공중 호위 검토, 중국군은 일제히 ‘전투준비’ 강조
실제충돌 벌어질 가능성 배제 못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아시아 순방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한국·일본을 순방한다고 밝혔으나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만 방문 여부는 끝까지 언급하지 않았다. /A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가운데, 그의 대만 방문 여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역대 최고 수준의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군은 군사적 도발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발표한 데 이어 실탄 사격 훈련에 나서는 등 경고 수위를 극대화했고, 펠로시 의장은 출발 직전까지도 대만 방문 취소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실제 대만을 찾을 경우 그를 호위하는 미국군과 반발하는 중국군이 극한 대치하거나 실제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게 되면 미 현직 하원의장으로서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7년 공화당 소속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의 일이 된다. 펠로시 의장은 첫 방문국인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한국·일본·말레이시아를 찾는다.

그는 이날 출국에 앞서 미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선) 보안상의 문제로 절대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해 강력히 강조했고, 부통령과 상무장관 등 다른 각료들이 이 지역을 방문했던 것처럼 대통령도 그곳(아·태 지역)을 방문했다”며 “저는 미국 의회도 그러한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의 일부분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만 방문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펠로시 의장실은 31일 자체 홈페이지에 “한국·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방문하는 의회 대표단을 이끈다”고 발표했지만 대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만과 미국은 펠로시의 방문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은 30일 “전 세계 (모든) 친구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만 연합보 등 현지 언론은 “타이베이시 경찰이 펠로시 경호 대비에 본격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도 항공모함 기동과 공중 호위 등 경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29일 트위터에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 방문 초기에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30일 대만을 마주 보고 있는 중국 동부 푸젠(福建)성 연안 핑탄섬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가시화될 경우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중국 인민해방군도 일제히 ‘전투 준비’를 강조하고 나섰다. 인민해방군 공보 담당 조직은 지난 30일 웨이보에 창군 95주년 영상을 올리고 “중국군은 항상 전투에 대비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도 위챗 계정에 적재 및 수송 훈련을 실시한 소식을 전하며 “연전연승 언제나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 제80집단은 30일 웨이보에 ‘전투 대비’라는 문구를 올렸다.

중국 내 강경파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29일 트위터에 “미군 전투기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호위할 경우 이는 침략”이라며 “중국군은 펠로시가 탄 항공기를 격추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트위터가 이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펠로시 의장을 비난하는 글을 잇따라 공유하면서 그의 이름이 웨이보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이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오는 10월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펠로시가 그간 중국의 인권 탄압 등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해 왔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펠로시는 지난 1991년 베이징 천안문 광장을 방문해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숨진 이들에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었다. CNN은 “이런 이유 등으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미 하원의장은 미국의 서열 3위 공직자로서 평범한 국회의원과는 정치적 위상이 다르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하든 중도에 포기하든 정치적 파장이 일 전망이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4월 대만 방문을 추진했다가 코로나에 감염돼 일정을 취소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병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반대나 위협 때문에 대만을 찾지 않을 경우 ‘중국 압력에 굴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 등 미국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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