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군자의 오덕을 갖춘 여름 손님 매미

엄민용 기자 2022. 8.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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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매미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밤새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매미는 열대야에 지친 한여름을 더욱 힘들게 하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매미는 예부터 군자를 상징하는 여름 손님으로 불렸다. 중국 서진 시대의 관리이자 문학가인 육운(陸雲)도 매미를 가리켜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 등 오덕(五德)을 갖춘 군자라고 했다. 머리의 갓끈 무늬가 문인의 기상을 보여주고, 이슬만 먹고 사는 모습이 청정함을 드러내며, 곡식에 해를 끼치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췄다는 것이다. 또 사는 동안 둥지를 만들지 않으니 이는 검소함을 보여주고, 때에 맞춰 허물을 벗고 자신의 할 도리대로 우는 것은 신의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매미가 이슬을 먹고 살지는 않는다. 나무 속의 수분에서 영양분을 빨아 먹는다. 사과·배 등의 과실에 산란해 해를 끼치는 매미도 있다.

하지만 이는 현대의 과학적 설명이고, 옛사람들은 매미를 군자에 비유하며 많은 글과 그림에 매미를 담았다. 군자의 성품을 지니길 바라는 마음에 임금의 ‘관’을 민들기도 했다. 왕과 왕세자가 쓰던 관을 보면 뒤에 두 개의 뿔이 날개처럼 돋아 있는데, 이는 매미의 날개를 본뜬 것이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익선관(翼蟬冠)’이다. ‘蟬’이 매미를 뜻하는 한자로, 매미가 탈바꿈할 때 벗은 허물이 선퇴(蟬退)다. 다만 익선관은 발음의 유사성으로 ‘翼善冠’이나 ‘益善冠’으로도 적었으며,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는 ‘翼善冠’으로 올라 있다.

매미의 유충이 ‘굼벵이’다. 이를 ‘굼뱅이’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바른 표기가 아니다. 매미는 짧게는 6년에서 길게는 10여년 동안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죽음을 무릅쓰고 힘겹게 세상 밖으로 나와 20일쯤의 짧은 삶 동안 짝을 찾는다. 그러고는 죽는다. 그러니 밤이고 낮이고 처절하고 끈질기게 구애의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 사람의 귀에는 소음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매미에게는 자신들 생애에 마지막으로 부르는 세레나데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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