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대책에 대한 단상 [매경데스크]

김선걸 2022. 8. 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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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보완 필요한 이슈를
대통령 지시로 급발진
검찰 동원도 과잉 느낌
포퓰리즘 따라하기는 毒
왜 두 장면이 오버랩 되는 것일까….

첫 번째는 지난 28일 대통령 지시라며 정부가 공매도 대책을 발표한 모습이다. 두 번째는 바로 다음날 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28%로 급락한 장면이다. 무관해 보이지만 연결된 느낌이 든다.

공매도 대책 긴급 발표는 겉돌고 있는 현 정부의 금융정책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공매도 자체가 최근 금융가의 이슈가 아니다. 2020년 미국 증시에서 헤지펀드 공매도에 개미들이 맞선 '게임스톱 사태'가 뜨거운 감자가 된 적은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논란에 당시 일시적인 공매도 제한을 하긴 했지만, 포퓰리즘에 집착했던 문재인 정부의 이야기다. 심지어 문 정부는 공매도 제한을 한시적이라고 공표해놓고 지난해 4월 보궐선거가 다가오자 눈치를 보며 종료를 미루기도 했다.

이는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정부 정책이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로, 외국인투자자에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빌미를 줬다. 당시 미국 일본 영국 등 자유시장의 가치를 공유한 나라 중 코로나를 핑계로 공매도를 제한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공매도를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현 정부는 전 정부가 왜곡한 금융시장을 차근차근 정상화 중이다. 작년에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 9곳에 무리하게 4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조치를 10개월 만에 바로잡아 취소하기도 했다. 논란 중엔 공매도에 대한 것도 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환율 급등, 공급망 붕괴 등 대통령이 챙겨야 할 복잡다단한 일이 태산이다. 공매도라는 벌집을 건드린 게 뜬금없기도 하지만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나설 만한 사안도 아니다. 장관과 기관장이 동원돼 긴급회의 사진을 찍고 부산을 떤 것은 더 어설펐다. 불법공매도는 근래 들어 적발된 적도, 문제가 된 적도 없다. 실체가 없는 불법공매도에 왜 집착하는 걸까.

굳이 유추하자면 짐작 가는 건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 최근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공매도를 막으면 주가가 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열광한다. 혹시 대통령실에서 이 의원을 따라하자는 전략이 나온 건가. 그러나 이 정부의 신념은 이런 유의 포퓰리즘을 배격하자는 것 아니었나. 현 정부 지지층은 여론 주도층이 많다. 포퓰리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반면 공매도 반대론자들의 불만은 이 정도 대책으론 진정조차 안 된다. 물론 개인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는 손봐야 한다. 그러나 존재하지도 않는 '공매도 유령'과의 전쟁은 부질없다. 육성해야 할 이유가 많기 때문이다.

첫째,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다. 둘째, '차입 거래'가 허용돼 있는 시장에서 공매도는 균형을 위해 필수적이다. 셋째, 부실기업 포착 등 공매도 특유의 순기능도 많다. 넷째, MSCI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도 공매도는 활성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MSCI선진국지수 편입의 효과로 코스피가 최고 400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단기적인 환심을 사겠다고 모든 국민이 향유할 퀀텀 점프를 포기할 셈인가.

이번 대책엔 검사장급인 대검 반부패부장도 등장했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검찰을 자주 등장시키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여의도 정치는 당에 맡기고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무엇이 국민에게 필요한 이슈인지 먼저 봐야 한다. 공매도 제한처럼 실체가 불분명한 이슈에 집착할수록 스텝은 꼬인다.

전 정부 5년간 아마추어들의 포퓰리즘에 신물이 난 국민이 많다. 그런데 이 정부는 이를 따라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국정 지지도는 떨어질 것이다.

많은 국민이 이 정부를 지지한 건 자유와 시장에 대한 신념과 원칙 때문이다. 지금 국정은 과연 신념 있는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는가.

[김선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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