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비여 나를 용서해다오
허연 2022. 8. 1. 00:09
넋 없이 뼈 없이
비가 온다
빗물보다 빗소리가 먼저
江을 이룬다
허공을 나직이 흘러가는
빗소리의 강물
내 늑골까지 죽음의 문턱까지
비가 내린다
물의 房에 누워
나의 꿈도 떠내려간다 - 최승자 作 '장마'
비가 온다
빗물보다 빗소리가 먼저
江을 이룬다
허공을 나직이 흘러가는
빗소리의 강물
내 늑골까지 죽음의 문턱까지
비가 내린다
물의 房에 누워
나의 꿈도 떠내려간다 - 최승자 作 '장마'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빗물보다는 빗소리 때문이다. 시인의 말처럼 바닥을 때리는 세찬 빗소리는 빗물보다도 먼저 강으로 간다.
빗소리는 내 영혼과 뼈를 가져가듯 가차 없이 모든 것을 훑고 지나간다. 장마철 빗소리는 위협적이고 숙명적인 데가 있다.
옛말에 "가뭄 끝은 있어도 홍수 끝은 없다"는 말이 있다. 물은 그렇게 많은 것들을 쓸어간다. 장맛비 소리를 들으며 고백하고 싶다. 비여, 나를 용서해다오!
※ 문화선임기자이자 문학박사 시인인 허연기자가 매주 인기컬럼 <허연의 책과 지성> <시가 있는 월요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허연기자의 감동적이면서 유익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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