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등 입학연령 5세로 하향, 여론수렴 없이 밀어붙일 일 아니다
교육부가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공교육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탓에 후폭풍이 만만찮다.
우리나라는 1949년 제정한 '교육법'에서 취학연령을 만 6세로 정한 뒤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지난 70여 년간 사회경제적 여건이 크게 바뀌고 아동들의 지적 수준도 높아진 만큼 취학연령 하향 조정은 검토해볼 만하다. 사회적 약자 계층이 빨리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도 옳다. 입학 연령이 1년 앞당겨지면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출 시기가 빨라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노무현 정부를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취학연령 하향을 검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시에도 유아들의 정서 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넘어야 할 과제였다. 입학생 증가에 따른 교원과 교실 부족, 대학 입시·취업 경쟁 격화 등도 숙제로 지적되면서 번번이 무산된 일이다. 이처럼 부작용이 우려되는데도 교육부는 교사,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202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불쑥 발표했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데도 구체적인 비용 추계도 하지 않았다. 4년에 걸쳐 만 5세 아동을 일정 비율로 분산 입학시켜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학제개편은 교육 과정의 틀을 흔드는 일이다. 이런 일을 공론화 과정도 없이 시행 시기를 못 박아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8곳 중 26곳의 취학연령이 만 6세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특별히 늦은 것도 아니다. 조기 사교육 열풍을 부추기고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사립 유치원들도 원아 수 급감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취학연령 하향을 졸속으로 추진할 게 아니라 여론 수렴과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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