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쌀엿 제조, 가업이자 자부심"
쌀 불리기부터 엿가락 만들기까지
완성에 수일 걸리는 고된 작업
“모든 세대 간식으로 사랑받기를”
전통 방식으로 쌀엿을 만드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5~6시간 정도 가마솥에 쌀을 불린 뒤 건져 올려 1시간가량 물기를 뺀다. 물기가 빠진 쌀로 고두밥을 찐다. 다 된 고두밥은 엿기름, 물과 섞어 8~9시간 발효시킨다. 이후 엿물을 따로 분리해 가마솥에 넣고 쉬지 않고 저으며 고아낸다. 4시간가량을 젓다 보면 엿물이 그대로 굳어 갱엿이 된다. 갱엿을 적당히 식힌 뒤 100번 넘게 반복해서 잡아당겨 엿가락을 만든다. 이 작업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
어머니 최영례씨(51)와 딸 김청희씨(27)는 이렇게 전통 쌀엿을 만들고, 알리는 일이 ‘모녀의 운명’이라고 했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에서 ‘모녀삼대쌀엿공방’을 운영 중인 이들에게 엿은 먹거리를 넘어 ‘우리 것’을 지킨다는 자부심이자 소명이 담긴 음식이다. 최씨의 어머니 윤영자 할머니(83)부터 3대에 걸쳐 60년 넘게 이어오는 가업이기도 하다. 최씨는 지난 3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전통을 잇는다는 게 고되고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딸에게 선뜻 권하지 못했지만, 딸이 먼저 함께하자고 나서줘 고맙고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엿 제조의 전 과정은 최씨와 김씨 모녀가 도맡아 하고 있다. 고령인 윤 할머니는 최근 일선에서 물러나 제조 과정에 필요한 조언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엿을 만드는 거의 모든 과정에는 두 사람이 들어도 옮기기 쉽지 않은 무쇠 가마솥이 사용된다. 윤 할머니의 어머니로부터 80여년의 시간을 지나 전해 내려온 솥이다. 최씨는 “요즘 가마솥과 달리 열이 잘 빠지지 않아 엿을 만드는 데 가장 최적화돼 있다”며 “가업을 잇고 있는 우리 모녀에게는 보물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최상의 엿은 고된 과정을 거쳐야 완성된다는 게 모녀의 설명이다. 최씨는 “전통 쌀엿은 공장에서 찍어낸 엿과 달리 식감은 바삭하고, 은은한 단맛이 난다. 치아에도 잘 들러붙지 않는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잇따라 단골만 300~400여명에 이르지만 모녀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더 큰 꿈이 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엿이 젊은 세대, 아이들까지 즐겨 찾는 간식이 될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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