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똘똘 뭉친 美日.. "中 '대만 침공'도 대비"

미·일, 2+2 경제대화 열고 "반도체 협력" 발표
대만 의존도 낮추는 등 새 공급망 구축에도 뜻 모아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대비..중국 견제 뚜렷

미국과 일본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외교·상무장관 2+2 경제대화'를 개최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외교·상무 장관이 동시에 만나는 ‘2+2 경제대화’를 열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반도체 공급망을 분산·구축하자는 데도 뜻을 같이해, 대중국 견제 목적을 분명히 드러냈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있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공급망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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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상무·외교 장관 2+2 회의,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 합의

미일 상무·외교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첫 2+2 회의를 열고 양국 간 경제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필수 광물 등을 포함한 전략 부문에서 공급망 유연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같은 생각을 하는 나라들과 협업을 이끌기 위해 강력한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특히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센터 건립에 합의했다고 회의 직후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합의에 따라 올해 안에 일본에 미일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센터가 신설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화학연구소와 도쿄대 등이 참가하는 이 연구센터에서는 회로 선폭 2나노(㎚, 10억분의 1m)의 최첨단 반도체를 연구하고, 2025년에는 일본에서 이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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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유사 대비, 중국 반도체 개발 견제 목적

미일의 차세대 반도체 공동 개발은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는 유사시를 대비하고 또 반도체 분야 개발이 급속도로 진전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10나노 미만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은 TSMC 등 대만 업체가 90%를 차지한다”며 “대만 유사시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공급망 분산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대만 유사시 미국과 일본에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며 “대만 의존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이 경제안보상 중요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개발, 일본은 제조 장치와 재료에 강점이 있다”면서 “양국이 서로 보완해 첨단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대만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라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대강당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리어트, 코닝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미 하원이 가결한 '반도체 지원법'(CHIPS)이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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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반도체 굴기' 늦추고 자국 경쟁력 높이려 분주

반도체는 중국이 대규모 투자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이 2020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였으나 2030년 2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중국 견제에 나서 왔다. 반도체 등 핵심산업 기술은 자국 및 동맹국 간에만 발전시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게 미국의 계획이다.

미 하원도 지난 28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800억 달러(약 366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 산업을 중점 육성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처리했다. 미국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중국과의 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본 정부도 자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본은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 건설에 4,760억 엔(약 4조6,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에 새로 짓는 설비에도 최대 929억 엔(약 8,9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