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뇌 조종 연구 성공..언젠가 인간에게도 가능할까

이정호 기자 2022. 7. 3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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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뉴런’을 공학적으로 조작
연구진이 보낸 명령대로 동작 수행
향후 시각장애인 뇌에 신호 전달
앞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연구 계획

초파리의 뇌를 조종해 사람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는 연구가 미국에서 성공했다. 향후 이 기술이 인간의 신체 능력을 보완하거나 다른 사람의 뇌에 있는 정보를 알아내는 데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라이스대 연구진은 초파리의 뇌 속에 있는 ‘뉴런’에 명령을 보내 초파리가 사람이 시킨 동작을 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실렸다.

온몸의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인 뉴런은 감각 기관에서 수집한 자극을 분석한 뒤 어떤 반응이 적절한지 판단해 신체를 움직이는 명령을 내린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다 도로에서 빨간색 신호등을 눈으로 보면 ‘멈춰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뒤 다리를 들어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일련의 과정에 모두 뉴런이 개입한다.

연구진은 초파리의 뇌 속에 든 뉴런을 조종하는 데 집중했다. 신체의 ‘컨트롤타워’를 장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뉴런을 공학적으로 조작했다. 초파리가 자신의 머리 속에서 열이 생기면 날개를 활짝 펼치는 동작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 뒤 연구진은 원할 때 켜고 끌 수 있는 일종의 ‘초소형 난로’인 나노입자 산화철을 초파리 머리에 집어넣었다. 산화철은 자기장과 반응하면 열을 만든다. 연구진은 자기장을 만드는 코일 위에 초파리를 올려놓고 산화철을 데웠다.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진이 인터넷에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자기장과 접촉한 지 단 0.5초 만에 초파리는 날개를 한껏 펼쳤다. 연구진 의도대로 초파리가 움직인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시각장애인이 앞을 보도록 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안구로 시각 정보를 얻는 대신 뇌 등 신경계에 직접 전기신호를 쏴 마치 특정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각형을 시각장애인이 인지하도록 하기 위해 전기신호를 삼각형 형태로 그려 신경계에 전달하는 식이다. 눈을 감아도 팔뚝이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삼각형을 그리면 머리에 삼각형이 떠오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복안은 좀 더 특이하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뇌에서 어떤 신경 활동이 벌어지는지 감지하는 게 목표다. 타인의 생각을 읽어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다음에나 가능하다. 특히 이런 시도를 한다면 윤리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유전학과 자기력만으로 뇌에 손상을 주지 않고 뉴런을 제어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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