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별세

2016년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촬영된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마닐라=AFP 연합뉴스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 31일 별세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향년 94세.

1992~1998년 재임한 라모스 전 대통령은 필리핀의 정치적 안정과 꾸준한 경제 성장을 이끈 유능한 지도자로 꼽힌다. 1986년 후안 폰세 엔릴레 국방부 장관과 함께 20년에 걸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코라손 아키노 여사를 대통령으로 세우는 데 기여했다. 마르코스 정권 시절인 1972~1981년 경찰총수를 맡으면서 반체제 인사 탄압을 지휘한 전력도 있지만 마르코스와 결별 후 민주주의의 영웅이 됐다. 아키노 대통령 재임 중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그는 7번의 쿠데타를 진압하는 공을 세웠고, 이후 대통령이 됐다.

1928년 마르시소 라모스 전 외무장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 일리노이대에서 건축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필리핀군에 입대한 그는 필리핀군 제20대대 수색중대 소대장으로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1952년 1월 전선에 배치돼 그해 5월 강원도 철원의 '이어리 고지'에서 벌어진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전공을 세워 이승만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부대 표창도 받았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