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속도 내던 유럽이 전기차 혜택은 '브레이크' 왜

박순봉 기자 2022. 7. 3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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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전기차 30만대 시대 31일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 이날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기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29만8633대로 집계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매달 1만대 이상 팔리는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는 3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점유율 57%인 중국 견제
배터리 자원·생산 ‘편중’ 판단
영국, 11년 만에 보조금 폐지
독일은 ‘단계적 축소’ 선언
현대차·기아 타격 가능성도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최근 전기차 전환에 속도조절을 하는 모습을 잇따라 보이고 있다. ‘친환경’이란 미래지향적 가치를 앞세워 내연기관차 시대를 종식시키려던 움직임에 이상 기류가 나타난 셈이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전기차 보조금이나 세금 혜택을 줄여나가고 있다. 독일은 하벡 경제부 장관 명의로 지난 27일(현지시간)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최종적으론 완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2011년 도입한 전기차 보조금을 11년 만인 최근 폐지했다. 노르웨이도 버스 전용차로 주행, 통행료 및 주차비 할인, 부가가치세 면제 등 전기차에 주어지는 혜택을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시대에 제동을 거는 첫번째 이유로는 중국과의 패권 다툼이 꼽힌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25일 발표한 ‘친환경자동차 지원 사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8~2021년 중국·유럽·미국·한국·일본 등 5개 지역의 자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에서 중국은 47.5~65.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두번째로 판매 비중이 높은 유럽은 14.1~35.3%였다. 3위가 미국(10.7~14.7%), 4위가 한국(1.9~2.1%) 순이었다. 일본은 5위로 꼴찌였다.

두번째로는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팩 역시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국가들이 독식하는 상황이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10위 배터리 회사 중 중국 기업이 6개이고, 한국 기업이 3곳, 일본이 1곳 순이다. 점유율로 보면, 중국이 48.6%, 한국이 30.4%, 일본이 12.2% 순이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4대 광물(리튬·니켈·코발트·망간)이 특정 국가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유럽 국가들로선 부담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22년 ‘국가별 주석 매장량’ 보고서를 보면, 각 광물의 생산량은 리튬의 경우 호주 48.1%, 칠레 26.0%, 중국 16.1%로 3개국에 집중돼 있다. 니켈은 인도네시아 30.7%, 필리핀 13.3%, 러시아 11.3% 순이다. 코발트는 콩고 68.9%, 러시아 6.3%, 호주 4.0%다. 망간도 남아프리카공화국 34.4%, 호주 17.6%, 가봉 17.5%로 편중이 뚜렷하다. 광물이 편중된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불안정성, 미·중의 갈등 구도 등도 종국적으론 전기차 전환의 부담 요소가 된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전기차 혜택 축소는 현대차·기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독일은 4만유로(5320만원) 이하인 전기차에 지급하던 보조금 6000유로(798만원)를 내년 초부터 4500유로로, 2024년부터는 3000유로로 줄인다. 보조금 정책에 가장 민감한 모델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곧 출시될 아이오닉 6, 기아의 EV6 등이 될 수 있다.

다만 일부 유럽 국가의 반발에도, 전기차로의 전환이란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쪽에 힘이 실린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독일 같은 나라는 벤츠나 BMW가 전기차 시대에 기존의 위치가 흔들리는 상황이라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며 “RE100(100% 재생에너지로 충당)이나 2035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큰 흐름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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