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원톱 권성동의 23일'
장제원과 '윤핵관' 간 마찰
'9급 발언' 등 리더십에 상처
윤 대통령의 문자가 결정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23일 천하’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당 ‘원톱’이었지만 시작부터 직무대행 체제 정당성을 공격받았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발언과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 노출로 위기를 자초했다.
국정 지지율 추락의 장본인으로 지목되며 고속 비상한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중추가 한 달도 안 돼 날개를 접었다.
권 대행은 지난 4월8일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의원들은 윤 대통령 의중을 잘 아는 권 대행을 압도적 표차로 지지했다. 그는 윤 대통령 후보 시절 당 사무총장과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을 맡아 ‘개국공신’이자 ‘윤핵관 맏형’으로 불렸다. 이준석 대표가 징계를 받은 뒤 대표 직무대행까지 겸했다. 지난 11일 의원총회가 권 대행 체제를 추인하며 권 대행은 당내 원톱으로 부상했다.
위태로운 정점이었다. 당대표 대행 체제 초기부터 이 대표가 징계로 자리를 비운 것이 복귀 가능성을 전제한 ‘사고’인지, 공백인 ‘궐위’인지를 두고 당헌·당규 해석 갈등이 벌어졌다. 권 대행이 이 대표 공석을 사고 상태로 판단하고 직무대행 자리에 앉았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친윤석열계 의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 등으로 권 대행 체제를 흔들었다.
윤핵관 ‘브러더’인 장제원 의원과의 파열음도 생겼다. 친윤계 모임인 ‘민들레’ 결성을 두고 이견을 노출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당시 권 대행 발언에 대해 장 의원이 “말씀이 무척 거칠다”고 하자 권 대행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윤핵관이 분화하고 권 대행이 윤핵관에서 밀려난다는 말이 나왔다. 자신을 ‘멀핵관’(멀어진 윤핵관)이라고 말했다.
권 대행 스스로도 리더십을 깎아 먹었다. 사적 채용 논란 당시 “장제원에게 (채용) 압력을 가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발언 등은 일부 지지층 이반으로 이어졌다. 권 대행은 버티다가 결국 사과했다.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노출로 다시 머리를 숙였다. 원내대표 시절부터 공개사과만 3차례였다. 그는 지난 4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더불어민주당과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로 합의를 번복하며 사과했다.
권 대행 체제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것은 윤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노출이다. 이 대표 징계에 윤 대통령이 영향을 미쳤다는 당무개입 의혹이 커졌다. 문자 파동 이후 국정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다. 권 대행이 문자 파동 이후 윤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았다는 말도 나왔지만 끝내 위기를 모면하지 못했다. 친윤계 초선 의원 32명은 지난 30일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지도부에 제출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권 대행은 사심과 무능만 드러냈을 뿐 리더십이 바닥을 드러냈다”며 대행 사퇴를 촉구했다.
문자 파동 이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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