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개미' 멘토들의 씁쓸한 퇴장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고 해도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4%에 못 미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이니 그보다 낮은 금리는 손해일 뿐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개미’는 보다 높은 수익을 좇는다. 지수 상승률의 2배 수익률을 노리고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도 적지 않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일부 ‘서학개미’는 3배 레버리지 상품에 열광한다. 국내 투자자의 지난 29일 미국 주식 순매수 1위는 TQQQ ETF였다.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국내 보유액만 2조6392억원에 이른다.
증시에 전해지는 전설 같은 기록은 대박이 환상이 아닐 수도 있다며 개미를 유혹한다. 2000년 무렵 3대 ‘슈퍼개미’ 이야기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압구정동 미꾸라지’는 선물 투자로 8000만원을 1300억원으로 불린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목포 증시를 꽉 움켜쥐고 있다는 의미로 별명이 붙은 ‘목포 세발낙지’는 증권사에 다닐 때 성과급으로 30억원을 받은 ‘주식 황제’였다. ‘전주투신’은 거래액이 소형 투신사보다 많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인데, 월 1조원대 주식거래액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를 흔들었다. 다만 이들의 명성은 한때였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1억원으로 1년10개월 만에 156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선물이나 벤처 등 고수익·고위험에 투자했던 슈퍼개미와 달리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할 것을 강조해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렸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도 저평가된 우량 주식을 장기보유하는 가치투자 문화를 확산시켜 ‘가치투자 전도사’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개인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두 사람은 ‘동학개미’들의 멘토로 자리 잡았다. 공동으로 <나의 첫 주식 교과서>를 펴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강 회장에 대해 차명투자 혐의로 제재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강 회장이 지난 29일 등기이사와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존 리 전 대표도 차명투자 의혹이 불거져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투자에 가족이 관련됐는데, 불법성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존경받는 투자가가 나오지 않는 한국 현실이 아쉽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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