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이코노미] '中 자유무역 역행 비판' 美·日도 돌아서.. 韓만 자국산업 보호 뒷짐

전혜인 2022. 7. 3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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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5% 세액공제·지원금 2800억
중국, 70% 국산화 목표 투자펀드
EU 생산능력 4배↑·日 40% 보조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으로 자유시장경제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하던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진 공급대란으로 인해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섰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눈치만 보고 있는 우리 정부는 이처럼 바뀐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기업들에게 투자만 압박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노골적으로 자국 산업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자본주의의 대표주자인 미국이다. 미국 하원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반도체 및 과학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243, 반대 187표로 이를 가결했다. 전날 상원이 법안을 찬성 64표, 반대 33표로 통과시키고 하루만에 하원도 이를 가결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미국 반도체 산업 발전과 지원을 위해 28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 390억 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 달러, 국방관련 반도체칩 제조 20억 달러 등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가 지원된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한다. 이와 함께 첨단 분야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도 크게 확대해 과학 연구 증진 등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은 반도체 뿐 아니라 완성차와 배터리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의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을 위해 25억달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미국 조지아 주정부는 현대차의 전기차 공장에 세금감면 등 2조40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자국 내 생산투자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G2의 한 축인 중국도 오는 2025년까지 국산화 70%를 목표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최근 수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반도체 산업에 쏟아붓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390억 위안, 2040억 위안의 반도체 산업 투자 펀드를 조성해 지원 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중국은 또 지난 2020년 말 '제1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반도체를 중점 과학기술분야로 선정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설계 소프트웨어와 고순도 소재, 중요 제조 장비 등을 육성하기 위한 연구 개발비를 늘리기로 발표하며 반도체 공급뿐 아니라 기술 차원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려는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유럽연합도 올해 초 'EU 반도체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30년까지 공공과 민간 분야에 총 430억 유로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연구 및 기술분야에서의 리더십 강화, 지속 가능한 첨단 반도체 개발 능력을 확충하고 생산능력을 4배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차량용 반도체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유럽 반도체 기업들과 유럽을 제외한 역외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일본도 반도체 첨단기업 지원을 위해 지난해 추가경정에산을 통해 7740억엔 규모의 대규모 보조금을 긴급 편성했다. 반도체 시설 투자비의 약 40%에 달하는 일회성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자국 기업인 키옥시아의 현지 설비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동맹국 간 노골적인 합종연횡도 이어지고 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지난 29일 워싱턴 DC에서 각국의 상무·외교 장관이 참여한 첫 '2+2 회의'를 열고 양자컴퓨터나 인공지능(AI) 실용화에 필요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센터 건립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올해 안에 자국에 미일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다.

한 재계 전문가는 "자유주의 경제의 독약인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고 한 미국이 이제는 반(反) 세계화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윤석열 정부는 경제운영을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하겠다는 낡은 교과서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외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다양한 견제구도 시행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업체에 14나노(㎚)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앞서 미국 정부가 중국 SMIC에 10나노 이하 공정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한 제한보다 더 확대된 것이다. 미국은 자국 기업뿐 아니라 네덜란드 ASML, 일본 니콘 등에도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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