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센트] '조치 없음' 39%..학교 성폭력 징계 왜 이렇게 적을까

안지현 기자 2022. 7. 31. 18: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4년 전 서울 용화여고 학생들은 이렇게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학교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을 알렸습니다. 이걸 시작으로 '스쿨미투'는 전국으로 퍼져나갔죠. 그 뒤로 학교는 어떻게 변했을지, 저희가 지난 4년간 신고된 성폭력 통계를 분석해봤는데요. 열에 네 건은 징계는 커녕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핵심적인 수치를 통해 뉴스를 전해드리는 뉴스룸 새코너 '퍼센트' 안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학교 성폭력 관련, 제가 주목한 퍼센트는 39%입니다.

서울시 1348개의 초중고교에서 2018년부터 지난 4년간 신고된 성폭력 통계를 분석해봤더니,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 피해를 신고했지만, 학교에서 아무 조치도 없었던 경우가 바로 39%였습니다.

경고나 주의 정도로 그치고 넘어간 경우까지 합치면 63%는 사실상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해임과 파면 등 징계를 받은 비율은 37%에 그쳤는데, 문제는 이처럼 징계를 받더라도 학교가 이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는 지난 4년간 한 해를 빼곤 매년 교내 성폭력 피해가 접수됐습니다.

[서울 구로구 A고등학교 학생 : (교사가) '너 열 달 동안 생리통 안 하게 해줄까'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 학교에서는 이런 신고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아 하고 선생님들도 학생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 없이 그냥 흘러가다 보니 저희도 아예 무지 상태고…]

지난 4년간 신고된 피해 가운데 33.2%는 교사의 성추행.

[서울 서대문구 B고등학교 졸업생 : (선생님) 손이 갑자기 속옷 끈이랑 후크 쪽으로 계속 오는 거예요. 그 상태에서 네다섯 번 정도 쓰다듬으시고 그게 너무 노골적이어서 너무 무서운 거예요.]

가장 많은 건, 10건 중 6건 비율로 '성희롱'이었는데, 부적절한 발언들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성폭력 피해 당해도 학생들이 이를 알리기 어려운 건, 무엇보다 대학 진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B고등학교 졸업생 : 그 선생님이 자기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면 생활기록부를 엉망으로 써주겠다든가 협박성 발언을 하셔서 신고할 생각을 전혀 못 했던 것 같아요. 생활기록부가 이상하다면 면접 때나 대학교 입시 때 좀 불이익이 올까 봐 너무 무서웠고 또 나중에 취업할 때도 좀 지장이 갈까 봐 무서웠어요.]

[김정덕/'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 이야기하기 힘들고 토로하기 힘들고 또 같은 구성원이지만 이 사실을 알 수 없다면 결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낼 수가 없겠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교내 성폭력 신고 건수는 20건으로 줄었지만 낙관할 순 없다고 말합니다.

[양지혜/스쿨미투 집회 활동가 : 이 수치가 줄어든 것이 학내 성폭력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신고하면 변할 수 있다는 효능감이 줄어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학교 차원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권인숙/더불어민주당 의원 : 피해·가해자 분리가 아주 기본 원칙이죠. 전수조사나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지만 현실을 알 수 있고 바꿔나갈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되는 건데 알려지는 게 싫은 거죠. 감당하기 힘드니까.]

하지만 지난 4년간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조치는 54.3%로 절반 수준에 그쳤고, 전수조사를 한 비율은 같은 기간 고작 3.8%에 그쳤습니다.

이 자료조차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이 3년간 행정소송을 통해서야 공개되기 시작했죠.

학교 내 성폭력이 '스쿨미투'로 불리며, 본격적으로 세상이 알려진 지는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는 많아보입니다.

(영상취재 : 정철원 / 영상디자인 : 조성혜 허성운 / 인턴기자 : 이채빈)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